어머니 친구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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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친구의 눈물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7.13 14:04
  • 호수 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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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1990년 초 어머니는 삼형제를 홀로 키우느라 고군분투하셨다. 국제시장에서 좌판을 시작으로 하루도 손에 물 마를 틈 없이 열심히 사셨지만, 집안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고 20년의 음식 장사 후에야 겨우 구서동에 상가를 구할 수 있었다. 어머니는 우성 아파트단지 상가 내에서 반찬 가게를 하셨는데 정갈한 맛과 푸짐한 정으로 매출은 높았지만, 이익은 별로 창출하지 못해 옳은 전셋집도 장만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돈은 없어도 실력을 인정받아 서면 현대백화점에서 반찬 판매대를 맡아달라 제의가 들어와도 거절할 만큼 일손이 부족했기에 간혹 찾아뵐 때면 계란지단을 부치는 등 일을 거들곤 했다. 그날도 일손을 돕고 있는데 한눈에도 귀부인 같은 손님이 눈이 퉁퉁 부은 채로 반찬을 사러 오셨다. 바쁘게 움직이느라 얼굴을 제대로 못 본 어머니가 한참 후에야 그분 눈을 보고는 조심스레 물었다. 
 "무슨 일 있나? 눈이 와 그러노?". 반찬을 고르다 그분이 "어제저녁 창밖을 보니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데 군에 간 큰아들이 혹시 비 맞고 근무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어 한숨도 못 자고 밤새 울었다" 하신다. 반찬 몇 가지를 챙겨 가시기 전까지 푸념은 이어졌고 어머니는 묵묵히 들어주셨다. 
 그분이 가시고 누구신데 저리 속 편한 걱정을 하시는지 여쭈었다. 자주 오는 단골인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두 분이 나이가 같고 너랑 그 집 아들이랑도 동갑이라 친구가 되었다 하신다. 근처 최고급 아파트에 복층을 개조해 살 만큼 부자에 가정부도 있고 남편도 유명하신데 정말 가정적이며 무엇하나 빠지는 게 없다 하신다. 옆에서 듣기에도 짜증 나는 걱정이던데 어찌 그냥 들어주나 여쭈니 "본시 사람이란 걱정이 샘물 같아 아무리 퍼내도 새로이 샘솟는다" 하시는데 머리가 띵할 만큼 크게 다가왔다. 
 지금 나에게 닥친 아무리 큰 걱정도 더욱 못한 이에게는 사치이며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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