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각 쉬어주면 언젠가 부처가 될 수 있다"
상태바
"한 생각 쉬어주면 언젠가 부처가 될 수 있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0.07.17 10:44
  • 호수 7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인터뷰 | 교정대상 `자비상` 수상한 망운사 성각 주지스님
---
30년간 꾸준한 교화활동으로
수용자 갱생 도와
지난 9일 법무부와 서울신문사, KBS가 공동주관한 제38회 교정대상 시상식에서 남해군불교사암연합회 회장이자 망운사 주지인 성각 스님(맨 앞 오른쪽)이 자비상을 수상했다.
지난 9일 법무부와 서울신문사, KBS가 공동주관한 제38회 교정대상 시상식에서 남해군불교사암연합회 회장이자 망운사 주지인 성각 스님(맨 앞 오른쪽)이 자비상을 수상했다.

대한불교조계종 남해군불교사암연합회 회장이자 망운사 주지인 성각 스님이 지난 9일 법무부와 서울신문사, KBS 한국방송공사가 공동주관하는 제38회 교정대상 시상식에서 자비상을 수상했다. 성각 스님은 지난해 10월 참선에서 얻은 깨달음을 담은 선화(禪畵) 작품 24점(6500만원 상당)을 진주교도소에 기증해 전시를 하는 등 수용자 교화를 위해 노력한 공으로 이번 상을 수상하게 됐다. 성각 스님은 김해 동림사에서 선화를 익혀 30여 년 선화전승 계보를 잇고 있다. 선화 부문 최초로 2013년 부산시 무형문화재 제19호 선화제작 기능 보유자로 지정됐으며, 예술의전당 등에서 50여 차례 선화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특히 이번 수상을 통해 1991년부터 30여 년간 교도소 수용자들의 갱생을 돕는 교정위원으로 묵묵히 활동해온 스님의 선업이 알려지면서 신선한 울림을 주고 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한 구도자의 길에서 사회의 어두운 곳에 한 줄기 빛을 주고 있는 성각 스님의 이야기를 망운사 선방에서 들어봤다.<편집자 주> 


 

지난 16일 망운사에서 만난 성각 스님은 30년간 해온 교화활동과 철학에 대해 들려줬다.
지난 16일 망운사에서 만난 성각 스님은 30년간 해온 교화활동과 철학에 대해 들려줬다.

먼저 수상을 축하드린다. 교정위원으로는 언제부터 활동하셨나 = 1991년 4월에 옛 마산교도소(현 창원교도소)의 교도관 한 분이 TV를 보고 망운암까지 나를 찾아와 마산교도소의 종교위원(현 교정위원)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 바로 승낙하고 그 달부터 시작했다. 당시 신도 7~8명과 함께 마산교도소를 찾아가 주로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자들과 자매결연을 하고 영치금을 지원하는 등 4년 동안 매월 1회 수용자 교화활동을 했다. 이후에는 진주교도소에서 수용자를 위한 법회를 주관하고 부처님말씀으로 이들을 보듬었다. 명절에는 신도들과 함께 음식을 준비해 합동차례를 올리고 수용자를 위문공연을 열었다. 그렇게 30년을 했다. 
 
수용자들을 어떤 마음, 어떤 철학으로 대하셨나 = 교화란 별다른 게 아니다. 한마디로 `착하게 살라` 이끌고 그들에게 공감하고 의지처가 되고 뗏목이 되는 것이다. 사람은 살다보면 누구나 악행을 저지르고 범죄자가 될 수 있다. `一念頓忘生死心(일념돈망생사심식)`, 한 가지 생각을 잘못 생각하면 한 순간에 생사가 기로에 서는데, `息心當處卽菩提(식심당처즉보리) 죽음의 한 생각에서 한번 쉬어주면 맑고 밝은 깨달음(보리, 지혜)을 얻는다. 한 생각에 따라 죽음에 이를 수도 삶을 다시 일으킬 수도 있다. 생과 사는 갈림길에 있기 때문이다. 

 수용자들을 만나보면 악한 사람이 없다. 그래서 죄를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사람은 언젠가는 다 성불할 수 있다. 마음에 내재한 불성이 있어서 언젠가는 부처, 참사람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선화 24점을 진주교도소에 기증한 것도 이번 수상의 배경이 됐다 = 선화는 감상의 대상이다. 이 감상을 통해 자기 감성을 녹이고 이 녹은 감성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맑은 정신으로 순화된다. 진주교도소 내 가온길갤러리에 선화 20여점을 전시했다. 수용자들이 면회하러 그 길을 오가며 감상하고 감상문을 쓰기도 한다. 그들에게 힐링 공간이 되는 것이다. 울긋불긋하고 짙고 열정적인 것들은 마음을 부순다. 잔잔하고 고요한 선화의 채움과 비움의 미학을 감상하며 스스로 체득하고 깨달아서 지혜를 얻는 것이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룗화엄경룘의 핵심사상을 이루는 말로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는 뜻)다. 다 마음이 짓는 것이지 다른 게 짓는 게 아니다. 
 
코로나19사태로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군민들에게 한 말씀 = 불교계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지혜를 발휘하고 있다. 이 어려움을 지혜로써 극복하고 더 나아가 밝고 정의를 구현하는 사회를 만들어서 국가의 기반을 튼튼히 하는 데 초석이 돼야 한다. 코로나19의 극복과 치유를 위해 일여정진(하루도 쉼없이 갈고 닦다)하겠다. 
 
끝으로 한 말씀 = 살아오면서 훈포장을 여러 차례 받았지만 제38회 교정대상 수상이 가장 영광스럽고 기억에 남는다. 승가에서 하는 자자(自恣, 승려들이 죄를 고백하고 참회하는 의식)와 포살(布薩, 매월 15일과 30일에 모여 지은 죄를 뉘우쳐 선을 기르고 악을 없애는 불교의례) 정신을 항상 되새기면서 참회 정진하다 보면 맑고 밝은 사회가 구현될 수 있다고 본다. 건강이 주어지는 한 수용자들을 위해 계속 헌신하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