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산천을 담은 산수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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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산천을 담은 산수경석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7.17 11:30
  • 호수 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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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삶 48 │ 碧松 감충효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망운산 줄기에서 억겁의 세월을 지내고 강진바다로 향하다가 심천리 시냇물에서 필자와 인연을 맺은 돌이 하나 있다. 몇 년 전에 모 언론에 소개되어 많은 분들이 이 수석에 대한 문의를 해오셨고 또 몇 분은 직접 찾아오셔서 감상을 하고 가신 돌이기도 하다. 

 수석(壽石)의 3대 조건인 질, 형, 색을 충족하는 산수경석인데다 손 위에 올려놓고 축경미(縮景美)를 감상할 수 있는 정도를 적당한 크기로 규정짓고 있는 바 크기 면에서도 나무랄 데가 없다. 

 `수석(手石)`이라고 표기되는 수도 있는데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감상할 수 있는 돌이라는 뜻일 것이다. 수석을 좋아하는 어떤 동호회의 요청에 의해 그 돌을 호주머니 속에 넣고 간 일이 몇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아담하고 잘생긴 돌이 더욱 사랑스러웠고 정이 갔다. 호주머니 속에서 만져지는 느낌은 나름대로 별났다.

 수석은 흔히 산수경석(山水景石), 물형석(物形石), 문양석(紋樣石), 괴석(怪石)으로 대별되고 있지만 그 진수는 역시 산수경석을 으뜸으로 치고 있는 것 같다. 필자가 소장하고 있는 이 돌은 별도로 좌대나 수반으로 연출하지 않아도 밑면이 평면으로 되어있다. 그야말로 자연미의 진수가 무엇인가를 돌 자체가 몸으로 웅변하고 있어 더욱 마음이 가는 돌이다.

 그러나 이 돌의 가장 근원적 가치는 자기가 태어난 고향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고향산천을 담은 산수경석
고향산천을 담은 산수경석

 고요한 강진바다에 둥둥 떠 있는 두 개의 섬, 바로 남해의 본섬과 창선도의 이미지를 담고 있는 데다가 남해대교와 노량대교가 떠 있는 노량해협, 창선대교가 있는 지족 손도, 창선-삼천포 대교가 걸려있는 원경을 끌어오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리고 먼 강진바다를 아우르고 있는 남해의 진산인 망운산 주봉까지 기막히게 닮아있어 더욱 가치가 있다. 잔잔한 바다며 그리고 나지막하고 얇게 계단을 이루고 있는 들판, 그 사이로 버드나무 실개천의 흐름도 느낄 수 있다. 

 수석의 멋은 돌 자체가 출중하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보다도 자연을 축경해 볼 수 있는 소장자의 심미안(審美眼)이 더욱 중요하다고 한다. 조그만 돌에서 우주를 볼 수 있어야 하고 이 골짜기 저 골짜기를 넘나드는 실안개를 그릴도 끌어와 걸어 줄 수 있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실개천 물 흐름, 이 산과 저 산에 뜨고 지는 해와 달의 움직임, 급기야는 내 몸과 자연의 합일을 이루어 내는 경지로 가는 것이 수석 취미의 추구하는 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몇 점 되지 않은 돌이지만 그 중에서 가장 아끼는 고향산천을 담은 산수경석을 불러내다 보니 봉황이 깃을 치며 비상을 준비한다. 고향해변 몽돌밭에서 만난 범상치 않은 문양석에 자리 잡은 봉황의 두리번거림이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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