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흑인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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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흑인의 전략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7.17 11:31
  • 호수 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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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마트를 열고 아내와 함께 열심히 일했다. 몇 년 후 기반을 잡고 가족들을 모두 남해로 불러들였고 같이 일하며 살기 시작한 후에야 삶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침 매장청소를 끝내고 집에 돌아와 목욕을 하고 있는데 직원으로 일하는 이종사촌이 전화해 손님이 찾아와 기다린다며 빨리 들어오라기에 "누구냐"고 물었다. "우리 형이 친구가 많고 대단한 줄은 알지만 이런 손님이 찾아올 줄 몰랐다"며 설명하기 어려우니 빨리 오라며 호들갑을 떨기에 머리도 말리지 않고 뛰어갔다. 

 매장에 들어서며 "찾아온 손님이 어디 계시냐"고 물으니 뒤쪽 사무실에 계시며 커피를 드시고 있다고 했다. 조급한 발걸음으로 사무실 입구에 다다르자 그가 일어나 나에게로 다가오는데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추었다. 놀랍게도 키가 2m는 되어 보이는 일면식이 없는 흑인이었다. 

 그가 다가오기 시작하자 흑인 특유의 냄새가 강하게 느껴져 본능적으로 뒷걸음치는데 그의 손은 우편엽서를 들고 있었다. 한눈에 엽서를 팔러온 떠내기 상인임을 직감하고 호기심으로 따라온 동생에게 5천원을 달라 하자 동생이 계산대로 뛰어갔다. 

 동생이 돌아오는 짧은 시간에 그는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는 그의 모국어로 가져온 엽서를 홍보했다. 급히 뛰어온 동생의 손에 들린 오천원을 가로채 그에게 내밀자 그가 엽서를 내밀었고 한 장만 받고는 많이 팔고 남해 구경 잘하라며 등을 떠밀었다. 그는 여러 장의 엽서를 더 주려 했지만, 급구 사양하며 돌려보냈다. 

 동생에게 "무슨 용무인지는 알고 찾아야 되는 거 아니냐"며 나무라다 "넌 어떻게 그 냄새를 견뎠냐"며 웃음이 터져버렸다. 아마도 그 흑인은 특유의 체취를 활용해 웬만한 사람에겐 엽서를 팔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도 살다 보면 꼭 갖추어야 하는 필살기가 분명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 필살기가 불쾌감과 불편함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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