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시 │ 이진귀(고현 대곡 출신)
사방은 봄, 뭇 꽃들이 한창일 때
묵힌 씨감자 잘라 재를 듬뿍 묻히고
밭두둑 고랑내어 하나 둘 심을 때만 해도
저놈이 뿌리 내리고 잎 잘 자라
새 줄기에서 떡 하니 감자를 달고 나올까
딸내미 시집보내듯 걱정을 참 많이 했더랬는데
잠시의 한 철 동안 몽실몽실 손자놈 엄지 발가락처럼
자랄 것이라고
그래도 땅 속 일은 모를 일이듯
알감자 자란 주위로 청동방아벌레 몰려
조금씩 파 먹어도
녹색 치맛단 끝에 흰 꽃은 그려지고
하물며 그 꽃 꺾어 들고
서둘러 멀리 떠난 마누라 색동 옷 입고 돌아온 듯
이파리 무당벌레 그늘이 되어 주지만,
올해는 좋은 둥글둥글 알감자 얼마나 캘 수 있으려나
봄 한 철 그 연세만큼 주름진 땅 밟고 다지며
이제사 쏙 뽑아 올린 감자 줄기 따라
호미 끝에 들려 오는 묵직한 덩이들 소리
큰 덩이 옆의 작은 덩이 어울려
땅 위로 나와 그제사 곱게 앉아 눈인사를 한다
아버지 이마 땀 솟아 허리 한 번 펴며
쑥스러운 눈인사 받고 저리 밀쳐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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