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승골성(紇升骨城)의 눈보라치는 사연
상태바
흘승골성(紇升骨城)의 눈보라치는 사연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8.06 14:57
  • 호수 7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의 고향, 나의 삶 50 │ 碧松 감충효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어디서 날려 오는 눈발인가
 
대평원 휘저으며 
바람 주먹 불끈 쥐며 
 
숨 가쁘게 달려오는 
하얀 영혼 푸른 아미
 
휘날림
요동 벌 소식
편린처럼 시리다.
 
설원을 떠다니며 
송화강 전설 운다
 
북소리 철갑소리 
육혈포도 우지지고
 
남으로
내지르는 창날
몇몇이나 속내 알까.
 
노는 마당 좁은 터에 
생각들도 고만고만
 
도토리 키 재기를 
덮어버린 눈발 아래
 
올곧은
씨알 하나쯤 
건져 낼 수 있을까.
 
 - 필자의 제2시조집 [남녘 바람 불거든] 중에서-
 
- 詩作 노트 -
 필자에게 흘승골성(紇升骨城)을 닮은 돌이 하나 있습니다. 테이블 모양의 이 돌을 들여다보면 항상 고구려의 기상이듯 세찬 눈보라가 몰아쳐 오고 대륙의 모래바람이 눈을 아리게 하는 환상에 젖어듭니다.

 이 흘승골성(紇升骨城)은 고구려의 첫 도읍지인 졸본(지금의 환인)에 있는 산성입니다. 고려의 문인 이규보의 <동명왕편>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원 이름은 흘성골성이었는데 지금은 중국식 이름으로 오녀산성(五女山城)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고구려 그 역사를 떠올려 봅니다. 설원을 휘달리며 말갈기 휘날리던 마상의 주인공이 내뿜는 그 기상을 받은 후대라면, 평원에 떠도는 발해의 영광을 조금이라도 읽은 후대라면 지금 겪고 있는 국내외 환란을 결코 마음 편하게 대하지는 못하리라는 생각입니다. 떠올려본 돌 하나에 대륙평원의 웅혼함이 묻어나오니 필자는 이 돌을 진작부터 `흘승골성(紇升骨城)`으로 명명했습니다. 남과 북, 이념의 끝없는 평행선은 멀기만 하고 경제적, 군사적 대국이라 일컫는 주변국들의 야심은 그 옛날 못지않으니 모두들 정신 차려야 할 때입니다. 옛 고구려의 웅혼한 기상을 떠올려보며 `흘승골성`이라 이름하는 이 돌을 다시 한 번 불러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