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화리 난초섬에 소가 출현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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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화리 난초섬에 소가 출현한 까닭은
  • 전병권 기자
  • 승인 2020.08.13 12:08
  • 호수 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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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곡성에서 온 두 마리는 숨져
한 마리는 난초섬에서 생존
그대의 눈빛이 말하는 진심은… 배가 떠나는 순간까지 소는 눈을 떼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미일까? 혼자라서 외로운 것일까? 배고파서 먹이를 달라는 것일까? 전남 구례군에서부터 표류해 잠시 난초섬에 정착한 소.
그대의 눈빛이 말하는 진심은… 배가 떠나는 순간까지 소는 눈을 떼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미일까? 혼자라서 외로운 것일까? 배고파서 먹이를 달라는 것일까? 전남 구례군에서부터 표류해 잠시 난초섬에 정착한 소.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쏟아진 폭우로 전국이 몸살을 앓은 가운데 전남 구례군의 소떼가 살기 위해 헤엄치고 지붕과 산, 건물 위로 올라가는 등의 모습이 신문과 뉴스에서 이슈로 다뤄졌다. 남해군과는 꽤 거리가 있는 지역들이기에 큰 관계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뜻밖의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난초섬(오른쪽)과 바깥난초섬(왼쪽).
난초섬(오른쪽)과 바깥난초섬(왼쪽).

무인도에 소 세 마리
"섬에 소가 있어요."

지난 11일 아침 "섬에 소 세 마리가 있다. 그 중 두 마리는 의식이 없고 한 마리는 살아서 움직이고 있다"는 하태암 남해휴게소낚시 대표의 제보를 받고 현장을 나섰다. 장소는 고현면 갈화리 난초섬. 배가 없으면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하태암 대표는 흔쾌히 자신의 배를 빌려주겠다고 말한다.

갈화항에서 제11송도호 배를 타고 난초섬으로 가까워질 무렵, 멀리서 누런 생명체가 움직이고 있었다. 이 소들은 11일 새벽 6시께 난초섬을 지나는 길에 발견됐다고 한다.

바깥난초섬에 떠내려온 작은 배와 평상.
바깥난초섬까지 떠내려온 작은 배와 평상.
바깥난초섬까지 떠내려온 파이프와 책상 의자 등.
바깥난초섬까지 떠내려온 파이프와 책상 의자 등.
난초섬까지 떠내려온 짚과 부러진 나무 등.
난초섬까지 떠내려온 짚과 부러진 나무 등.

난초섬보다 크기가 작은 바깥난초섬에 배를 정박하고 내려 보니 안타깝게도 그리 오래돼 보이지 않는 암소와 수소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숨을 거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소들이 있던 현장은 악취와 바다에서 보일법한 쓰레기, 소들이 먹던 짚과 그릇, 바구니, 생활용품, 작은 배까지 쓰레기장으로 전락해버렸다. 죽은 소들의 귀표를 확인, 기록했다.

바깥난초섬을 한 바퀴 둘러본 후 다시 배를 타고 난초섬으로 향했다. 난초섬에는 배가 정박할 수 없었기에 배에서 움직이는 소를 관찰했다. 소는 사람이 다가가면 겁을 먹고 도망가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귀표를 확인하기는 거의 불가능했다고 판단했다. 배가 가까이 다가가자 소는 경계하는 것인지,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인지 모를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갈화항으로 돌아와, 숨진 두 마리의 소가 어디서 왔는지 알기 위해 축산물이력정보조회를 통해 귀표의 내용을 입력했다. 그러자, 이번 장마로 인해 `구례 소떼`로 유명해진 구례군에서 사육되던 수소였다. 태어난 날도 4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더 충격적인 것은 다른 암소 한 마리는 16개월 된 전남 곡성군에서 키워지던 소였다. 축산물이력정보조회 결과를 확인한 뒤, "지금 살아있는 소도 구례나 곡성에서 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세 마리의 소는 섬진강물이 넘치면서 표류해 남해군의 한 작은 무인도까지 온 것으로 추측된다.

오전 취재를 마친 뒤 오후, 남해군청과 여러 관계자들이 소 구출 작전에 나섰다. 눈을 감고 있던 두 마리 는 물론 난초섬에서 배회하던 소도 몇 시간 만에 무사히 구출됐다. 확인 결과 살아있던 소는 구례군에서 온 임신 4개월된 암소였다.

영문도 모른 채 난초섬에 당도한 소 세 마리.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구례군에서 온 임신 4개월된 암소가 난초섬에서 방황하는 모습.
구례군에서 온 임신 4개월된 암소가 난초섬에서 방황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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