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비처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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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은 비처럼 내린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8.14 10:46
  • 호수 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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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매년 육칠월에 내리는 장마는 대지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해 곡식과 식물들이 뜨거운 여름날을 지탱할 힘을 준다. 그 해 내리는 장마는 유수량에 따라 농사와 민생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올해 찾아온 장마는 유독 많은 집중호우로 인해 중국과 일본에 큰 피해를 주더니 지금은 우리나라에도 큰 피해를 주고 있다. 

 과학이 발달한 지금이야 옛이야기로만 기억되고 있지만, 조선 시대까지만 해도 가뭄이 들면 왕이 천신께 제를 올리며 비 내리길 기원하며 흉흉한 민심을 달래려 노력했다. 민초들이 장마와 가뭄을 나라님의 덕과 연결해 탓하는 것은 지도층 위에 하늘의 도리가 있고 하늘의 도리는 민생의 한과 의지가 쌓여 만들어짐을 간접적으로나마 말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비가 오고 가뭄이 오는 모든 자연의 이치를 과학으로 밝혀버린 지금은 자연재해를 누군가에게만 책임지게 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고, 오히려 그것이 모두의 방관 속에서 편리함과 경제성만을 쫓아 온 결과임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장마가 찾아오면 어린 시절이 항상 떠오르곤 하는데 눅눅한 습기 때문에 유독 힘들었던 기억이다. 사회 초년시절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을 했는데 한여름 내리는 소나기를 반소매 차림으로 뚫고 질주하다 피부를 때리는 빗물 방울에 깜짝 놀라 주행을 멈추었다. 빗방울이 마치 총알처럼 느껴지는 고통에 당황했는데 상황을 벗어나 일찍 귀가하려면 속도를 높여야 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해 기다시피 주행한 기억이다. 

 내리는 비의 속도는 일정하지만 오토바이 속도가 흩날리는 비에 찾아가 부딪혀 문제를 만들듯,  요즘 이웃 나라와 우리 정치인의 행보가 비 내리는 날 오토바이에 탄 듯 느껴진다. 민심은 가만히 비처럼 내리는데 스스로 속도를 내어 민심에 부딪히는 느낌이다. 내리는 비처럼 차분한 민심은 흐르는 방향 그대로 받아들이며 대비할 때 비로소 스스로 고통을 만드는 일들을 줄이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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