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목마름을 축이는 곳이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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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목마름을 축이는 곳이고 싶어라
  • 김종수 시민기자
  • 승인 2020.08.20 10:52
  • 호수 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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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문 연 물건숲 가의 국내최초 마리나&리조트 이현건 대표를 만나다

"당신의 시간 중 10%라도 문화·예술·자연에 할애하라"
엘림마리나&리조트 추억의 공간이 되길
이현건 대표.
이현건 대표.

 지난 10일 남해군문화관광해설사들의 모임인 남해문화사랑회(회장 서재심)의 역량강화를 위한 남해투어에 동행하게 됐는데, 태풍 장미의 북상에 따른 코스 조정으로 예정에 없던 물건방조림을 지나 엘림마리나&리조트에 들어가게 되었다.

 엘림마리나&리조트는 리조트 본 건물과 골든앵커 레스토랑, 바이크갤러리 등의 별관건물, 파워요트와 제트보트를 즐길 수 있는 마리나시설 등으로 나뉘었는데, 건물 밖에서 가장 눈에 띈 건 호화로운 바이크의 자태보다 유리문에 붙은 A4용지 4장에 한글자씩 담긴 무료입장 문구였다.

 초고가의 할리데이비슨, BMW 바이크와 1900년대 초반에 생산된 아날로그 진공관 스피커를 전시해둔 고급스런 공간에 왜 이렇게 촌스럽게 붙여놨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심리적 편안함에서 나름의 답을 찾았다.

바이크갤러리.
바이크갤러리.

 로비에서 한 해설사가 엘림마리나&리조트에 대해 설명을 요청하자 리조트는 3가지 타입의 18평형 오션뷰 19개 객실이 있으며, 성수기(~8월 16일) 이후에는 남해군민 20% 할인혜택도 있고, 숙박손님에게는 요트와 보트 이용요금도 50% 할인된다고 설명했다.

 해설사들은 안내에 따라 진공관 스피커의 음향을 직접 들어보는 기회도 가지며 흔치 않은 경험에 감격하던 중, 엘림의 이현건 대표가 일하다 나타나 인사를 건넸왔다.

 한 해설사가 "대표님의 인생이야기를 듣고 싶어요"라고 외치면서 그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27세에 대학원을 졸업 후 벨브 제조회사에 취직해 29세에 공장장이 됐으며, 이후에도 여러 국가적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국산화 품목 달성 등 국가산업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하지만 50세 무렵, 너무도 충실하게 집 - 회사 - 교회의 패턴으로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그때부터 다른 경험도 해보자 해서 지프차를 타고 오프로드(험지주파)를 즐기게 됐고, 오토바이와 음악, 요트에도 빠져들며 새로운 행복을 누리게 되었다. 

엘림마리나&리조트 전경.
엘림마리나&리조트 전경.

 그런 와중에도 기술개발 성과나 수출이 늘면서 회사를 탐내는 외국기업들이 늘기 시작했다. 그동안 간만 보던 여러 회사들과 달리 6번째로 떡밥을 던진 영국회사는 구체적이면서 진지하게 접근해와서 고민 끝에 회사지분을 전량 매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영국회사는 지분을 매각한 돈으로 우리 그룹의 주식을 사면 더 안전하지 않겠느냐고 설득했다. 이 대표는 직원 과 자녀의 삶의 질 향상과 스스로에게도 시간을 선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두에게 행복한 결정으로 여기고 결단을 내렸다. 비록 오너 직은 영국회사가 갖게 됐지만 직원들은 월급도 더 받고 회사는 글로벌마켓까지 등에 업는 시너지로 더 행복하게 된 것이다.

 그런 와중에 이 대표는 `내가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서 온갖 축복 속에서 많은 걸 누렸는데  다른 할일이 있지 않을까`생각하며 인생의 다른 목표를 찾기 시작했다. 그즈음 서울대로 진학했던 고등학교 동문들이 회사에 놀러온 일이 있어서 지나온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체로 안타까운 부분이 많았다. 공부도 잘했던 친구들이 평생 가족들을 위해 애썼는데 끝에는 대접도 못 받고 병 얻고 떠나는 등의 여러 모습들에서 깨달은 바가 있었다.

 정말 열심히 살아온 우리 세대들이 온가족들로부터 존경받고 대접받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것. 아직도 아버지가 건재하다는 걸 보여주려면 먼저 단절된 대화를 이어가야하는데, 대화는 잊을 수 없는 추억만들기에서 시작하는 게 좋겠다 해서 `엘림존`이라는 회사를 만들게 됐다.

 엘림존은 서해 왕산해수욕장의 엘림비치존 펜션과 인천 서구 청라동의 엘림아트센터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요트를 타고 지나가다 발견한 어느 예쁜 무인도도 엘림존에 포함되기도 했다.

 엘림은 야자수 70그루와 12개의 맑은샘이 있는 사막의 오아시스 이름인데 휴식과 안식, 생명을 연장받는다는 의미가 있다. 그 의미처럼 인생에서의 어떤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는 아트센터, 클래식공연장, 와인샵, 진공관오디오박물관, 음악갤러리들을 많이 만들었다.

 그는 지분매각 후에도 5년은 더 월급사장으로 일하기로 했지만 엘림존이라는 새로운 목표 실현에 신경쓰면서 월급만큼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모습이 스스로 용서가 안돼 2년 만에 사장직을 위임, 엘림존에 더욱 매진했다.

 이 대표의 남해와의 인연은 사실 이렇게 거창할 게 아니었다. 수도권의 복잡함에서 벗어나 좀 더 여유롭게 요트를 즐길 수 있는 거점을 물색하던 중, 물건항의 다기능어항 개발사업 청사진을 보고 마리나시설이 조성되길 기다리며 일부 땅을 구입했는데 몇년이 지나도 조성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남해군에 문의하게 되었고, 결국 수익성 우려로 민간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아서 그렇다는 것을 알고 직접 사업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해수부의 10항 10색 국가어항만들기 프로젝트가 진행된 전국 10개 국가어항 중에서 민간사업자가 들어온 곳은 남해 물건항이 유일하다고 하니 남해군의 입장에선 정말 귀인이 나타난 것 같다. 유일한 민간유치 성공사례이기도 하면서 그 공간에 선한 의지가 가득 녹아 있으니 말이다.

 그는 말했다. 

 "사실 영원히 살것처럼 착각하는데 돈벌다가 간다. 한국인은 뭐든 최선을 다하는 건 좋은데 옆을 안 쳐다보는게 문제다. 우리는 전후세대 부모들의 습관화된 부지런함 덕에 잘살게 됐지만 이제는 일 좀 덜 해도 굶어죽는 세상이 아니니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 좀 버리고 당신의 시간 중 10%만이라도 문화, 예술과 자연에 할애해라. 아름다운 자연도 우리가 자연으로 돌아가기 전에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인간에게 가장 값진 건, 남겨진 시간을 좋은 사람과 만나 좋은 시간 갖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해왔던 좋은 것들, 먹어봤던 맛난 것들을 열심히 살아온 좋은 사람들에게 알려줘서 그들이 기뻐 웃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행복한게 없는거다. 돈 아닌 것으로 내가 그 사람을 즐겁게 했잖아? 인천 엘림아트센터에서 한달에 7~8회 공연하는데 매회 수백씩 적자지만 공연 후 공연장을 나서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각자가 경험했던 의미있던 시간을 서로 공유하고 공감하면 서로에게 남겨진 시간도 더욱 행복하게 빛날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일밖에 모르는 한국남자들에게 자꾸 그 맛을 보여주고 싶다. 우리 엘림존이 손자부터 나의 부모님까지 3대 4대가 한데모여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경험을 오래토록 우려먹을 수 있는 추억으로 안고갈 수 있는 그런 공간이기를 바란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해설사들은 팬이 되었다. 기사를 쓰면서 청라아트센터를 검색해보니 이런 평이 있었다. `청라에 엘림아트센터가 있는 것은 축복이에요~♡`
 `어쩌면 남해도 그런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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