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사진작가, 사람을 찍다 남해를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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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사진작가, 사람을 찍다 남해를 기록하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0.08.20 11:05
  • 호수 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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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수 작가의 `남해사람들 프로젝트`
청년 사진작가 양희수 씨와 주인을 닮은 듯한 반려견 바람이. 사진을 찍은 곳은 그의 스튜디오인 마파람사진관이다.
청년 사진작가 양희수 씨와 주인을 닮은 듯한 반려견 바람이. 사진을 찍은 곳은 그의 스튜디오인 마파람사진관이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남해를 기록하는 청년 사진작가 양희수(29) 씨를 만나니 윤동주의 `서시` 한 구절이 떠오른다. 시인이 별을 노래하듯 양희수 작가는 `점점 사라져가는 가치 있는 것들`, `꼭 기억해야 할 것들`을 사진으로 남긴다. 

 양희수 작가는 남해 토박이다. 남해에서 나고 자라 초중고와 대학 시절을 보냈다. "어려서부터 휴대폰 사진 찍는 걸 좋아했어요. 그러다 친구가 가진 안 쓰는 카메라를 사서 무작정 찍기 시작했지요.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평생 공부도 안하고 잘하는 게 없던 아이가 뭔가 좋아하는 게 생기고 사람들도 좋아해주니 그것에 빠져버리게 된 거죠." 

 엄홍길 국토대장정에 사진가로 참여했던 인연으로 서울의 다큐멘터리 제작사에서 방송, 영상편집 일을 3년간 했다. `숨만 쉬어도 100만원은 든다`는 서울살이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으며 살고 싶어 남해로 돌아왔다. 2018년에는 읍 북변리에 마파람사진관을 열었다.

 `남해사람들 프로젝트`는 계획된 게 아니었다. 처음엔 그저 쉬는 날 만나게 된 어르신들 사진을 찍고 액자도 만들어드리고 SNS에도 올렸다. "서울서는 보통 집회사진을 찍었어요. 그에 비해 남해는 평화로워요. 사건 사고도 덜하고. 그러다가 아산리 할머니들 모습을 찍게 됐죠." 그는 남해 인구가 줄면서 결국 남해라는 지역명이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70~80년 평생을 남해서 사신 이분들을 기록해놓으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계속 사진을 찍었어요."

 남해에 돌아왔을 때는 젊은 애가 실패해서 낙향한 게 아니냐는 소문이 날까 겁도 났다. "그때는 봉사활동도 많이 했어요. 방어기제가 작동해 잘 살고 있다고 보여주는 거죠." 그의 활동에 남해 봉사단체들이 관심을 보였다. 혼자 하면 액자비용 부담도 있고 지속하기 어려우니 봉사단체, 장애인센터와 같이 활동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남해군 청년리빙랩사업에 선정돼 김재환, 서연주, 김진수, 이준우 씨와 팀을 이뤄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하게 됐다. "이번 사업에서는 효도사진과 함께 청년들, 노포 상인들, 참전용사들 사진을 찍기로 하고 지원했어요." 

 양희수 작가는 어릴 때부터 할머니와 살아서인지 어르신들을 보면 친근함을 느낀다. "어르신들은 삶이 심심한데 우리가 다가가서 인사하거나 말만 걸어도 좋아해줘요. 사진을 SNS에 올리면 그 자녀들이 보고 고맙다고 인사해주니 그것도 좋고요. 일종의 소통의 방법이죠. 젊은이와 노인 간의 대화가 별로 없는데 저에겐 대화의 한 방식이에요." 

 사진은 주로 이준우 씨가 찍고 양희수 씨는 전체적인 촬영모습을 담는 인서트와 인터뷰를 담당한다. 남해사람들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면서는 전시회를 열고 인터뷰와 사진을 묶어 책으로도 출판할 생각이다. 
 
남해에서 청년으로 산다는 것
 서울서 돌아와 작은아버지의 당구장을 대신 운영하며 쉬는 날엔 사진을 찍었다. 한창 일할 때 읍에 청년창업거리가 생긴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업에 지원해서 선정됐고 설계까지는 갔다. 늘 오른팔이 안 좋아 디스크인 줄 알고 진주에서 검사를 받아보니 디스크가 아니라 아놀드키아리 증후군이라는 희귀병 진단을 받았다. 그 때문에 오른쪽 감각이 없어 온도와 통증을 못 느끼고 어디에 긁혀 피가 나도 잘 모른다. 오른쪽 근육이 안 써지니 다리가 불편해졌다.
 
 "청년창업거리는 조건이 2년 유지였어요. 그런데 증상이 나빠지기 시작해서 2년 유지가 어렵겠다 싶어 포기하고, 다른 곳에 작게 차려서 시작했어요. 그게 마파람사진관입니다."

 희수 씨는 사진작업 외에도 청년 관련 활동도 활발히 한다. 경남청년정책네트워크에 참여해 거기서 마음건강과 관련된 청년정책을 만들고 있다. 남해군 청년네트워크에도 들어가 교육분과에서 청년들이 받고 싶은 교육 프로그램 설문조사도 하고 있다. "나도 내려왔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더 많이 내려오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청년들의 기반이 마련돼야 해요. 청년친화도시에 선정됐으니 청년들에게 도움 되는 정책과 지원금 시행이 이뤄지면 좋겠어요." 

 좀더 사적인 네트워크인 남해 `아육대` 청년들과는 좀더 잘 어울린다. "운동회, 모내기, 물놀이 등 일단 모이면 같이 놀아요. 하는 일도 다양해서 재미있는 걸 해보자 하고 의기투합하면 협업도 잘 되지요."

 희수 씨는 마파람사진관을 자신만의 `예쁜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 다른 데로 옮길 계획이다. 또 그는 정치사진에 관심이 많다. 2년 뒤에는 지방선거 때 선거캠프에 들어가서 활동할 생각이다. 남해청년 희수 씨는 이렇게 오늘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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