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운산과 두송용장(杜松龍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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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운산과 두송용장(杜松龍杖)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8.20 11:22
  • 호수 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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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삶 52 │ 碧松 감충효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칼럼니스트

 산행에서 스틱을 처음 사용할 때는 불편했으나 꾸준히 사용하다보니 요즘은 안 하면 더 불편하다.

 스틱사용은 몸의 무게를 분산시켜 무릎 관절의 마모를 들어주고 실타래처럼 모여 있는 인대들의 파열을 막아 오랫동안 산행을 통한 자연과의 만남을 이어갈 수 있다.

 젊었을 때 날아다니다시피 산행을 하던 사람들이 환갑도 못 되어 다시는 산을 가까이 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지는 것은 대개 이 무릎 관절을 무리하게 사용했거나 인대들이 손상을 입어서인 경우가 많다.

 스틱은 빙판길을 올라갈 때나 내려올 때 뾰족한 끝으로 찍어 버틸 수 있고 불어난 계곡물을 건널 때는 지지대 역할을 해준다. 험한 산에서 야생동물을 만났을 때는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 두려워하지 않고 결기 있게 야생동물이 무서워한다는 인간의 형형한 안광을 쏘아붙인다면 금상첨화다. 겁먹은 눈으로 등까지 돌려버리면 굶주린 야수에게는 사람도 고깃덩어리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몇 해 전 고향의 화전문화제에 참가했다가 시간이 좀 남아 화방사를 경유하는 망운산을 오르기로 하고 등산로 초입의 나무 막대기 하나를 집어 들었다. 고향의 향기가 묻어있는 이 나무 지팡이는 서울로 올라와 새롭게 태어났다.

 고향의 진산인 망운산 정기를 머금은 두송의 송진 냄새는 각별하여 오래 간직하고 싶었다. 손질하여 중국의 한시를 써넣기 시작했다. 마침 그 때 중국 당·송 시대의 한시를 워드 작업하여 정리하고 있던 때라 송진 냄새를 흠뻑 마시며 시문을 써넣는 작업도 꽤 재미있었다. 도연명(陶淵明)과 두보(杜甫)의 시가 들어갔으며 이백(李白)의 시도 들어갔다. 망운산의 두송용장에서 시작한 지팡이가 스무 개를 넘었다. 최근에 새긴 시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으로 회자되는 동방규의 소군원(昭君怨)이다.

 여러 개의 지팡이 중에 망운산의 두송용장에 새겨진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는 상당히 긴 시문이다. 다 새기고 나서 글자 수를 헤아려보니 필자의 이름까지 343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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