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탑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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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탑의 교훈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8.28 11:23
  • 호수 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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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 숙본지 칼럼니스트
이 현 숙
본지 칼럼니스트

 브라질에 서식하는 한 마리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돌풍을 불러올 수 있다고 한다. 이른바 `나비 효과`이다. 최초의 미세한 차이가 훗날 예측 불가능의 엄청난 결과로 이어짐을 일깨워 준다. 그런데 이 기상학적 이론은 지구촌이 하나의 글로벌 공동체임을 입증하는 가설로도 인용될 법하다고 생각한다. `글로벌화`가 시대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자리매김하는 사이, 범세계적 동조화 현상이 주변에서 흔히 목격되기 때문이다. 

 우선 먹을거리의 글로벌화에 적잖이 당혹스럽다. 예를 들어 시중에 나온 과자류의 포장지 뒷면, 식품 표시사항이라도 한번 훑어본 소비자라면 공감할 것이다. 러시아·세르비아·헝가리산 옥수수, 미국산 수수가루, 말레이시아산 팜올레인유, 우크라이나·스페인·말레이시아산 해바라기유, 태국산 양파향 오일 등 원재료의 배경이 너무 다채롭다. 굳이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세계의 미각 기행이 가능하다고는 봤지만 예상보다 정도가 심하다. 

 바른 먹을거리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라 안팎의 환경 문제까지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되었다. 식재료 속에는 작물이나 가축이 성장한 지역의 햇빛과 토양과 비와 바람에 대한 흔적이 남게 마련이다. 오염된 자연이나 비위생적인 시설에서 생산되고 또 가공된 식품이 인체에 이로울 리 없다. 국민 건강을 위해서는 식품 안전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수입 농축수산물의 원산지 표기는 기본이다. 

 글로벌화에 힘입어 국내 거주 외국인근로자와 결혼이주자가 200만 명을 웃돈다. 다문화가정은 이미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열악한 근로환경, 임금 착취, 여성근로자 추행, 한국인 배우자에 의한 학대 같은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중국·베트남·필리핀·인도네시아·미얀마·네팔·스리랑카·캄보디아·우즈베키스탄 등지에서 온 다국적 이주여성들은 엄연히 우리 사회의 일원이다. 사회적 냉대는 물론 언어불통과 문화적 차이로 인한 불편을 겪지 않도록 배려함이 마땅하다. 더불어 필리핀의 `코피노`나 베트남의 `라이따이한`에 대해서도 관심과 온정이 필요하다. 

 국제결혼 커플이 전체 혼인 건수의 1/10을 차지하는 가운데, 일찌감치 미래의 글로벌 사회를 예견한 듯 국제결혼의 포문을 연 이들은 바로 김수로왕과 허황옥이다. 그녀는 인도 아유타국 공주 출신으로 이국땅 가야국으로 건너와 황후가 되었다. 허 황후의 부모가 꿈속에서 하늘의 상제를 만난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딸을 배에 태워 동쪽의 가락국으로 보내 김수로왕과 혼인시키라`는 계시를 받았다고 한다.

 지구촌 소식이 실시간으로 전파되는 오늘, 국가가 아무리 빗장을 단단히 질러도 쇄국은 어렵다. 게다가 자국의 이익만을 꾀하다가는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만다. 경제·문화·군사를 포함한 다방면에서 국가 간 협업을 통한 `윈-윈`을 모색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최근 미중 간에 패권 다툼과 맞물려 심각한 무역 갈등이 발생하면서 그 여파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설상가상 특정 지역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불과 반년 만에 전 세계를 정복했다. 지구촌의 최대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구약의 `창세기`에 의하면 태초에는 지구상에 언어가 하나였다. 그때 하늘에 닿을 탑을 쌓으려던 인간들은 교만함으로 인해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탑은 무너지고 말았다. 지금 그 뿔뿔이 흩어졌던 후예들이 인터넷을 매개로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비록 사상·이념·언어·종교·피부색은 다르더라도 서로 소통하려 애쓰는 모습은 감동을 자아낸다. 더 이상 지구촌의 평화와 안녕이 인간의 무지나 오만에 의해 훼손되지 않도록, 이 시점에서 바벨탑의 교훈을 한 번쯤 곱씹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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