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손만큼 부지런한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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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손만큼 부지런한 게 없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8.28 11:27
  • 호수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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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의 남해일기

 요 며칠 섬에 다녀갈 때마다 모래밭에서 리어카 끌던 칠십 넘은 청년회원들이 생각나 마음 편치 못했다. 남해는 사면이 바다라 확 트인 개방감을 주지만 폭우나 태풍엔 하천에서 밀려드는 온갖 쓰레기 부자가 된다.

 고현면이고 이동면이고 서면이고 많은 자원봉사자와 공무원, 관련 단체에서 인력을 지원하고, 장비를 동원해서 쓰레기 수거에 매달리고 있다.

 오늘 회사 동료들과 함께 섬으로 쓰레기들을 치우러 갔다. 톤 백을 실고, 점심 도시락 챙기고, 밤새 얼린 물 담고 조도호를 탄다. 폭염경보 예방 메시지가 계속 쏟아지는 요즘, 누구라도 쓰러질까 걱정되어 짊어진 짐만큼이나 마음이 무겁다.

 갈대는 모래찜질을 열심히 한 덕에 조금씩 담을 때는 생각 외로 가볍다. 톤 백을 이리저리 까부라서(흔들어서) 차곡차곡 담긴 갈대는 이미 괴력을 지녀 건장한 장정 서넛이 붙어도 겨우 들어냈다. 섬에서는 모두 수작업이다.

 쓸어 담고, 길까지 들어 올려, 선착장 입구까지 이동, 24개의 톤 백을 내고 십여개의 나무둥치를 꺼냈다. 이걸 언제 치우겠노 싶었던 아침. 사람 눈만큼 게으른 게 없고, 사람 손만큼 부지런한 게 없다던 어른들의 말씀이 생각나는 작업 마무리였다.

 섬에서 땀을 흘리고 먹었던 체인점 도시락, 인스턴트 라면, 부녀회장님표 김치, 물, 최고의 오찬이었다.

 현장에 가보지 않았다면 에어컨 바람 아래서도 덥다고 손 부채질을 하고 차가운 음료를 마시면서도 시원함을 몰랐을 것이다. 푹푹 찌는 섬에서 찾은 고단함 뒤의 시원함. 부족함 뒤에 채워지는 풍요로움. 오늘 섬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다. 뿌듯하다. 남해를 떠나지 않고 살길 잘했다.

 내일은 살고 싶은 섬 가꾸기 현장평가가 있는 날. 야근 각이다. 그래도 즐겁다.
 
이번 주부터 남해시대 `김연경의 남해일기`를 시작합니다. 김연경 씨는 남해에서 나고 자라 살아가는 남해토박이입니다. 가족들과의 소소한 일상과 아름답고, 매력적인 남해의 자원을 페이스북에 담고 있습니다. `지역이 답이다`란 소신으로 지역성 발굴, 관광재생, 자연, 추억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녀가 전하는 일상과 남해이야기를 독자들께서도 함께해 주세요. 아울러 소중한 원고를 주신 김연경 씨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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