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고봉준령에서 무엇을 담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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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고봉준령에서 무엇을 담았는가?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8.28 11:29
  • 호수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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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삶 53 │ 碧松 감충효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함백산은 해발고도 1573미터로 강원도 태백시와 정선군 고한읍의 경계를 이루며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 계방산 다음으로 국내에서 6번째 높은 백두대간의 대표적인 고봉이다. 대중교통도 여의치 않은 새벽 시간에 각자 나름의 교통수단을 이용해 집결장소인 강변역으로 집결한다. 재경남해군향우산악회 산행에 앞서 향우들은 간단한 인사와 함께 아침 7시를 조금 넘어 함백산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산초입에 이륜구동이 미끄러져 내리며 길을 막고 있으니 우리가 타고 있는 버스도 더 이상 오를 수 없다. 

 함백산은 백두대간의 설한풍을 매섭게도 뿌린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한기는 오늘 산행의 어려움을 예고한다. 무릎까지 빠지는 이 적설량에서 아이젠과 스패츠 착용 없이는 등산 불가능이다. 앞서가던 다른 일행 한 명이 경사진 눈 더미에서 중심을 잃고 미끄러져 내려가다가 절벽 끝에서 나무줄기 하나를 간신히 잡고 버틴다. 본인은 물론 동료들이 손을 쓸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큰 변을 당할뻔한 동료를 누군가 자일을 던져 간신히 구출해 낸다. 

 적설기 산행에서는 사고에 조심하면서 오르기에 전념하다 보면 중턱에 오르게 되고 드디어 능선 길에서 적설기 산행의 진면목이 펼쳐진다. 우리 인생에서 젊은 피 끓어 오를 때 가장 화려한 역동적인 힘이 뻗혀 오르는 것과 같이 산행의 혈맥은 여기서부터 급박하게 뛰게 되고 마침내 정상까지 그 거친 숨결을 끌고 간다.

 함백의 겨울산행은 그 풍부한 적설량과 힘차게 뻗어 내린 백두대간의 유장한 흐름에 마침내 심신을 열반의 반열에 올리게 되고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의 주목군락 앞에서 "아! 백두대간!"을 가슴으로 외치게 되고 남과 북으로 뻗어간 한반도의 의미와 분단된 조국의 상황 앞에서 깊은 묵상에 잠기기도 한다.

 정상에서 끈질기게 몰아치는 설한풍은 민족혼을 일깨우는 혼 바람과 같을진대 산에 오른 모든 사람들은 꺼지지 않는 혼불을 가슴 속에 담아간다. 그것은 끊임없이 일깨우는 조선 선비의 푸른 솔 기개와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주목의 가르침을 놓치지 않았을 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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