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독일마을에 핀 아름다운 시조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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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독일마을에 핀 아름다운 시조 한 편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9.11 12:07
  • 호수 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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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기의 남해이야기 48 │이처기 시조시인
이  처  기시조시인
이 처 기
시조시인

아래 시조는 2020년 공무원 문예대전 시조부에서 은상 당선으로 인사혁신처 장관상을 수상한 남해문학회 김향숙 시조시인의 작품이다.

갱(坑)
-서독 광부의 귀향-     
                                   김향숙

1 흙바람 보릿고개 봄날은 허기져
혹한 굽잇길을 뒤로하던 그날은
비행기 날개 뒷덜미도 비틀리며 날았다

2 층층이 침몰하는 쏜살을 어쩔거나
매캐한 화약 냄새 암벽에 부딪친다
사랑을 채굴하는 소리 이역을 넘어간다

3 잎이 진 가지에 받은 편지 걸어두고
새벽에 진설하며 비손하던 젖은 손은
스산한 병실 안에서 꽃물로 지고 있다


4 그을린 얼굴 위에 두손을 모아본다흩어졌던 가솔들이 모여든다, 부옇게
남해도 상록수림에 더 푸르게 사는 아버지

갱(坑)은 굴이다. 광물을 파내기 위하여 지하로 파내려간 막장 땅굴이다. `서독 광부의 귀향`이란 부제가 붙은 시조 룗갱(坑)룘은 4수로 구성되어 있으면서 우리의 애달픈 현대사를 아름답게 진술하고 있다.
첫수는 6·25전쟁 후 가난으로 살아가기 어렵던 시절 외화벌이를 위하여 서독을 가는 스산한 공항의 분위기를 담고 있다.
둘째 수는 독일 광부로 취업되어 막장 땅굴을 오르내리면서 화약 내음을 맡으며 생명을 걸고 채탄 작업을 하는 광경을 묘사하고 있다.
셋째 수는 가장을 서독 광부로 보내고 고국에 남아 새벽마다 찬물을 떠놓고 남편과 가족의 안녕을 비는 아내의 기원이 서려 있고 이제 황혼이 되어 노환을 맞고 있다는 내용이다.
넷째 수는 남해 물건리 독일마을에 정착하여 여생을 보내면서 가족들과 더불어 푸른 상록 숲에 싸여 살아가고 있다는 회고적 내용이다.
역사적 주제설정도 좋고 시조의 운율을 담아 읊었기에 문학적 멋이 절로 풍기는 걸작이라 문예공모전에서 우수작으로 입상한 것이다. 남해 독일마을은 보통 관광지와 다른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나라를 위한 희생이 서린 기념적인 명소이고 그분들의 소망을 이룬 그리움의 종착역이다. 1963년부터 1997년에 걸쳐 7936명의 광부와 1만32명의 간호사가 서독에 파견되어 일하였다.
당시 우리 정부는 광부와 간호사들을 인적 담보로 해 서독으로부터 2억5천만 마르크 재정 차관을 받아왔다. 그것을 종자돈 삼아 경부고속도로를 닦고 새마을운동 깃발아래 경제개발을 이룬 것이다. 1964년 말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서독 함부른 탄광을 찾았다.
그날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한인 광부, 간호사와 함께 애국가를 부르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북받친 감정이 폭발해 눈물바다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우리를 감동시킨다. 2013년 한독수교 130년 파독 50년을 기념하여 `독일로 간 청춘`이란 주제로 독일 보훔 시에서 진행된 가요무대에서 노래와 사연을 들으며 서독과 고국에서 다들 울었던 기억이 난다.
`왜, 남해 독일마을인가?` 자문자답해 보면서 남해 명소 독일마을을 방문하고 알려야 하겠다.
남해 독일마을에 핀 애틋하고 아름다운 시조 한 편, 김향숙 시조시인의 작품이 이 어려운 시국에 애국의 마음을 한데 모으는 데 작은 깃발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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