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省墓)
상태바
성묘(省墓)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9.18 17:00
  • 호수 7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의 고향, 나의 삶 │ 碧松 감충효
碧松 감충효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충효
시인 / 칼럼니스트

새벽녘 닭 울음에
유년의 눈 귀 열려
달빛도 풀벌레도
창호지에 앉혀두고
명주사 물레를 잣는
어머님을 뵈옵다.

감나무 푸른 낙과
뒤안길로 다가서면
뚜-욱 뚝 황토밭에
욕심 떨구는 소리에
아버님은 생애의
굵은 삶을 봅니다.

유택 보러 왔나이다.
벌초하려 왔나이다.
억새풀 고이 덮고 잠이
드신 두 분께선
오늘도 가르침으로
저를 불러 세웁니다.

 

어릴 적 성묘에 대한 기억은 향기롭기까지 하다. 하얀 모시적삼 바지에 댕기를 매고 두루마기를 산뜻하게 날리시는 아버님과 집안 어른들을 따라 남산, 망운산, 설흘산, 삼동면 갈고개, 서면의 선영으로 조상님들의 혼백을 뵈오러 가던 정갈한 마음과 정성은 이렇게 나이를 먹었는데도 변하지 않았다.
음력 8월 초하루의 성묘와 음력 10월 보름날의 시향을 마치고 대가에서 친족끼리 회식을 하며 문중회의를 할 때의 모습은 그야말로 화기애애했다. 머나먼 친족도 다 함께 모여서 문중의 결속을 다지고 가풍을 진작시키기 위한 어른들의 가르침에 젊은 청년층과 소년층의 후손들은 경청했다.
자기 뿌리를 부정하는 일은 나랏일이나 문중대사나 가정사를 통해 있어서는 아니되는 일이기에 우리는 교육을 통해 바로잡으려고 노력했다. 최근에 이런 교육들이 좋지 않은 사회시류를 타고 많이 악화됐고 이로 인해 삶의 기본 덕목마저 땅에 떨어져 짓밟히는 일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자기 뿌리를 부정하는 삶의 어긋난 결과는 딱 정해져 있다. 금수의 세상밖에 더 있겠는가?  하루가 멀다 하고 매스컴에 보도되는 추악한 사건들은 이제 이 세상이 막다른 골목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도저히 인간의 탈을 쓰고 해서는 안 될 목불인견의 처참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경제대국 10위권의 나라가 갑자기 어려운 난국을 만나 국가경제가 내리박더니 고약한 역질까지 번지는 상황이라 참으로 총체적 난국이다. 천문학적 숫자의 재난기금을 이미 쏟아 부었고 또 뿌릴 참이다.
경제가 한번 추락하면 다시 끌어올리기가 힘들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역사가 잘 증명하고 있다. 지금 국가부도 사태를 맞아 전 세계인의 조롱거리로 전락한 나라가 어디 한 둘인가? 이들 나라는 한결같이 대중영합주의에 의한 포퓰리즘 정책의 폐해로 급기야는 나라의 경제기반이 무너진 경우다. 진정한 복지는 기업이 잘되어 경제가 살아나서 일자리가 많아지고 그 이익이 국부로 축적되어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수출이 잘되어 외화를 벌어들여서 그 파이를 국민들이 나눠가질 때 가능한 것이지 국채를 발행해 국민에게 공짜로 나눠주는 그러한 방식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 돈은 빚이기 때문이다.
특히 법을 만드는 사람이나 집행하는 사람들은 동서고금의 역사를 비춰보고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함에도 그것에 역행해 나라를 불행에 빠지게 하고 자신들도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다. 특히 셩묘의 계절은 선대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고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어떻게 귀착돼 만백성에게 돌아올 것인가를 냉철히 따져보고 머리를 식혀보기에는 정말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