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없이 떠나는 독일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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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없이 떠나는 독일여행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9.24 12:34
  • 호수 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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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의 남해일기

 몇 년 전 추석 때로 기억한다. 남동생들의 식솔들은 각자 처가로 떠나고, 엄마와 딸들, 사위들, 손주들과 영화 <국제시장>을 보러 갔다.

 덕수가 광부로, 영자가 간호사로 떠난 이역만리 독일에서 향수병으로 고생을 하면서도 가족과 형제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갱에서 석탄을 캐고, 시체를 닦는 장면은 목구멍의 울대가 붓고, 두 눈에 매운 고춧가루를 한 포대 털어 넣은 것처럼 눈물이 펑펑 솟아났다.

 흥남부두에서 빅토리아호가 철수하며, 배의 갑판으로 올라가기 위해 사다리에 사람이 주렁주렁 매달리는 장면은 공지영 작가의 룗푸른사다리룘에서도 나오는데, "은니야, 공지영이 적은 글이 저 장면하고 똑같다. 겪어보지도 않고 저걸 쓰다니 진짜 대단타"

 덕수가 여동생을 잃은 장면은 지금은 초등학생이 된 아들이 그때 세 살 정도였으니 나의 감정이입 완전 쩔었었다.

 보물섬 남해군 물건리에 위치한 `독일마을`은 1960, 70년대에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위해 독일로 기꺼이 떠난 그때의 청춘들이 고국으로 귀환해 평안한 안식처로 꾸리길 바라는 취지로 조성한 곳이다.

 한국인을 반려자로 두고, 당신들의 나라에서 고생만 해 온 배우자의 고국에서 여생을 보내길 원해 독일에서 공수해 온 건축자재로 집을 짓고 남해에 안착했다.

 독일광장인 도이처플라츠엔 `파독전시관`이 있다. 부모와 형제, 고국을 위해 희생한 그들의 청춘이 고스란히 서려 있다. 때 묻은 월급봉투, 밤마다 눈물로 써내려 간 일기장,  동생의 공납금 송금영수증, 닳고 닳은 물품들, 가슴에 품고 몇 번이나 읽고 읽어 외로움을 이겨낸 가족들이 보내준 편지들이 전시되어 있다.

 물론 달콤한 러브레터도 있지만, 그들의 손을 빌려 새겨놓은 그때의 각오는 고맙고, 또 고맙고, 존경심이 우러나온다.

 독일마을이 언덕에 둥지를 틀고, 남해의 관광1번지가 된 지 벌써 스무해가 지난다. 파독광부 간호사 추모공원의 주인공이 되신 분들도 있지만, 사계절이 바뀌어가는 것을 계속 지켜보셨으면 좋겠다. 소시지를 굽고, 맥주를 만들고, 독일마을맥주축제에서 오크통을 열고, 거품이 넘치도록 따른 맥주를 함께 즐겼으면 참 좋겠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독일마을 맥주축제가 취소되어 정말 아쉬운 마음이다.

 독일마을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물건방조어부림과 물건항에 나란히 선 하얀 등대와 빨강 등대, 물건앞바다의 물결도 움직이는 풍경화다.

 <세상에 수많은 덕수 씨! 영자 씨!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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