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백어(死白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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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백어(死白魚)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9.24 12:36
  • 호수 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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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삶 57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어릴 적 봉천(봉내) 어귀의 돌멩이를 들추면 사백어가 산란하기 위해서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을 많이 보곤 했는데 유리알같이 투명한 몸은 퍽 신기했다. 봄철에 어머님이나 할머님께서는 아침 일찍 시장에서 그 사백어를 사 오셔서 국을 끓여주셨다. 


 오래전부터 서울의 고향 선배 한 분이 서울을 비롯한 객지로 흩어진 사람들의 고향 마을 방문을 추진하고 있었다. 2년 전에도 이 행사에 참가해 오랫동안 못 뵈었던 분들과의 해후에 가슴 벅찬 감동을 받았기에 이번에도 흔쾌히 참가하겠다고 하고 지난 4월 14일 이날을 기다려 왔다. 

 고향 마을 만찬에 참가해 융숭한 대접을 받으면서 오랜만에 만난 즐거운 이야기들은 밤늦게 이어졌고, 특산물 음식물도 우리에게 한층 더 고향의 안온함을 안겨주었다. 

 밤이 이슥하여 예약된 콘도로 이동한 이후로도 주안상을 차려놓고 이야기는 더 이어졌고 고향에서 만남을 추진하시는 선배님께서 필자의 시문집이 좀 남으면 가져오라고 했지만 두 권 소장본 밖에 없다고 하니 그러면 그 책에 실려 있는 고태기 이야기라도 좀 복사해 오라고 했다. 20부를 예쁘게 제본해 가져간 것을 읽어보며 젊은 시절 고향 마을 봉천에서 고태기를 주종으로 한 천렵이야기(곱실이 쓸기)와 강진바다 문절구 낚시 이야기를 이어가다가 자정이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하룻밤을 콘도에서 자고 짐을 챙겨 고향 마을 선배댁으로 오니 아침밥상이 차려져 있었는데 고향 형수님들의 정성이 가득한 밥상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정겨운 음식은 병아리 국이었다. 병아리의 원명은 사백어(死白魚)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남해안에서 동해안으로 유입되는 극히 좁은 지역에 나는 어류로 몸이 투명해 뼈가 보이고 심장 뛰는 모습도 볼 수 있는 조금은 신기한 물고기다. 그러나 죽으면 하얗게 변하니 사백어란 이름이 붙은 물고기다. 

 해안지방에 살다가 2월에서 4월의 산란기가 되면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강 하류로 올라와 수컷은 강바닥 돌멩이 밑에 구덩이를 파고 암컷은 그 돌 밑에 산란을 한 후 수컷과 암컷이 알이 부화하면 수명을 다하는 한해만 사는 물고기다. 

 어릴 적 봉천(봉내) 어귀의 돌멩이를 들추면 이 사백어가 산란하기 위해서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을 많이 보곤 했는데 유리알같이 투명한 몸은 퍽 신기했다. 봄철에 어머님이나 할머님께서는 아침 일찍 시장에서 그 사백어를 사 오셔서 국을 끓여주셨다. 그 담백한 맛을 잊지 못하고 있었는데 고향에 계신 분들이 오랜만에 고향 찾는 사람들을 위한 정성을 보여주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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