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면서 즐기는 한달살이… IT업계 청년들 남해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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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면서 즐기는 한달살이… IT업계 청년들 남해로 온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0.10.08 10:44
  • 호수 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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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체험휴양마을 `디지털 홀리데이 프로그램`
남구체험휴양마을의 청년 한달살이 프로그램 `남해바다 디지털 홀리데이` 1차 참가자인 (왼쪽부터) 박기태·엄준성 씨와 김강수 사무장. 함께 인터뷰에 응해준 김태균 씨는 바다낚시를 가는 바람에 사진에서 빠졌다.
남구체험휴양마을의 청년 한달살이 프로그램 `남해바다 디지털 홀리데이` 1차 참가자인 (왼쪽부터) 박기태·엄준성 씨와 김강수 사무장. 함께 인터뷰에 응해준 김태균 씨는 바다낚시를 가는 바람에 사진에서 빠졌다.

 남해에 청년들이 찾아들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한달살이`를 하러 온다. 그런데 자신이 하던 일을 하면서 삶을 재충전하는 `한달살이`를 해보라 한다면? 누가 들어도 확 와닿는 제안이다. 바로 이같은 제안이 `2020청년 촌라이프 실험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남해 곳곳에서 실현되고 있다.  

 이 가운데 남면 남구체험휴양마을의 `남해바다 디지털 홀리데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청년 김태균(24·학생·서울), 박기태(29·취업준비·서울), 엄준성(36·프리랜서 프로그래머·서울) 씨와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김강수 사무장을 만나봤다.

 남구체험휴양마을의 `남해바다 디지털 홀리데이 프로그램`은 프로그래머, 개발자, 엔지니어, 웹디자이너 등 IT분야에 종사하거나 공부하고 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달 살아보기를 하는 것이다. 보통의 한달살이와 다른 점은 현재 하는 업무나 공부를 그대로 들고 와서 원격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게 가능할까` 의문스럽지만 노트북 하나와 와이파이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과 공부가 가능한 IT업종의 특성을 이해하면 의문은 금세 풀린다. 
 
남해를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로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김강수 사무장은 "이 사업은 IT종사자와 디지털 노마드들의 성지인 인도네시아 발리의 우붓이라는 곳을 보고 착안했다. 우붓은 도시와 동떨어진 숲속마을이지만 많은 이들이 그곳에 눌러앉아 일하고 놀며 지낸다. 동종업계 사람들이 모이니 협업도 하고 다양한 기회요소들이 생긴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한달살이 참가자들은 여행, 서핑, 교육 재능기부, 낚시, 각종 체험프로그램과 강연, 마을 어르신의 정성 가득한 밥 등 모든 게 대체로 만족스럽고 좋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좋았던 건 동종업계 사람들간의 만남으로 일을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정부 주관 비영리소프트웨어 교육기관인 42서울에서 컴퓨터 공학 프로그램을 공부하고 있는 김태균 씨는 SNS 커뮤니티를 통해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됐다.

 태균 씨는 "원래 센터에서 공부해야 하는데 코로나 상황에서 과제를 모두 온라인으로 해야 했다. 한달살이는 그전부터 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비용도 안 들고 동종의 IT분야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생겨 너무 좋았다"고 말한다. 

 웹개발 분야 회사에 들어가기 위한 길고 힘든 취준생 생활로 지쳐 있던 박기태 씨는 "보리암, 편백휴양림 등 풍광 좋은 남해의 자연 속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또래 개발자를 만나 친구가 되고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한다.
 회사에 다니다가 지금은 프리랜서로 웹사이트 구축 작업을 하며 창업 준비를 한다는 엄준성 씨는 "서울살이는 답답하고 주거비용도 많이 들어 새 거주지를 알아보고 있었다. 디지털 노마드인 IT업종 종사자의 특성상 거주지를 한적한 시골로 옮겨 살아도 가능한지 실험해볼 수 있어서 좋은 기회였다. 아주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6년 전에 먼저 귀촌한 아이티 종사자 선배가 강연을 통해 조언해준 덕에 목표가 좀더 분명해졌다는 준성 씨는 김강수 사무장에게 남해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곳을 따로 부탁하기도 했다고. 
 
도시청년과 농어촌의 상생전략
 김강수 남구체험휴양마을 사무장은 얼마 전 한달살이 청년들과 함께 남명초를 방문해 구글을 통한 기계학습 체험교육을 진행했다. 단순 코딩교육이 아니라 실제 종사자들이 와서 가르치니 학생, 교사, 학부모 할 것 없이 반응이 대단했다고 한다.

 김 사무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IT분야와 남해가 만나는 새로운 가능성을 믿게 됐다. 

 그는 "도시 청년들이 시골에 와서 쉬고만 가는 게 아니라 서로 `윈윈`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농산물 직거래 판매 유통 등 농어촌에도 알게 모르게 IT정보와 기술이 많이 필요하다. IT전문가들이 자꾸 오다보면 자연스럽게 접목이 되지 않을까. 농촌문제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이자 상생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그는 "소프트웨어가 강한 남해가 되면 좋겠다. 남해의 아름다운 자연풍광도 보존하고 인구 유입과 함께 공해 없는 하이테크 산업을 유치하게 된다면 그것만큼 좋은 게 없을 것 같다. 그 첫걸음으로 한달살이가 이 마을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정책적으로 남해 전역의 사업이 되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밝혔다.

 남구체험 휴양마을의 남해바다 디지털 홀리데이 1차 프로그램은 9월 29일로 종료됐고 현재 10월 5일부터 11월 3일까지 2차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인원은 1·2차 합해 총 20명으로 제한돼 있어 1차 때는 13명이 왔고, 2차는 7명이 머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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