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속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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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속의 섬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10.08 11:58
  • 호수 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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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의 남해일기
미조면 조도(왼쪽)와 호도(오른쪽).

 도시촌 사람들이 억양에 말끝을 올리며 "남해 해안도로 전체를 돌면 몇 시간이나 될까요?" 했을 때, 남해의 풍광을 즐기려면 하루 만에 어렵다고 하니 "지도에서 보니 조그맣던데 두어 시간이면 안 되나요?"

 "대륙인 중국도 지도로는 쪼그맣고예, 남해군의 해안선이 자그마치 302킬로미터이며, 전국 유소년 축구대회도 열립니다" 하면 "축구대회요?!", "네에~ 공 찬다고 바다에 빠지는기 아니거등예~"

 남해에 산다고 하면 늘 바다가 보이고, 끼니마다 생선회가 오르고, 특히 축구는 공을 줄에 매달아 하는 줄 아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늘 남해자랑으로 이어졌다. 나도 차 타고 가야 바다 구경하고, 횟집가서 회 먹는다.

 섬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있었다. 바위 하나도 닮은 것이 없으며 풍랑을 온 몸으로 맞아 성한 데를 찾기 힘들다. 바위틈에서 600~700년 동안 살아낸 소나무는 한결같은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 평생 불릴 이름부터 지어주듯이 섬사람들은 평생을 함께 할 작은섬 하나하나까지도 이름을 붙여주었다.

 호랑이를 닮았다는 호도, 새의 모습이 보이는 새섬인 조도, 새의 먹이인 쌀 모양인 미도, 뱀 모양처럼 긴 모양의 사도, 말의 안장을 얹은 모습을 한 마안도. 모두 지형과 지세를 닮은 천연 동물원이다.

 애도는 널찍한 바위를 건너고 뭍으로 오르니 초원이 장관이다. 이슬이 걷히지 않은 풀속을 바짓단이 젖는 줄도 모르고 영혼을 팔고 다녔다. (훌~~ 써리고 다녔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섬 속의 꽃은 사람들의 손을 타지 않아 더 강인하게 자라며 오래된 바위에 골이 생기면 꽃줄기가 길을 만든다. 낮엔 갈매기의 날개소리를 보고, 밤엔 달빛소리를 들으며 자란다. 잠깐도 놓치지 않고 보던 바다풍광을 사람들의 다리사이로 목을 빼고 보고, 사람들의 발자국소리에 스스슥 거리던 바닷게의 산책하는 소리가 묻혔다.

 남해로 온 유배객들이 노량포구에서 두 번 울었다는 마음을 온전히 이해했다. 낡은 수레를 타고 쫓겨 온 유배길, 노량포구에서 뱃멀미가 가라앉기도 전에 또 배를 타고 들어가니 슬퍼서 한 번 울고, 유배가 풀려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 노량포구에서 이 아름다운 화전(꽃밭)을 두고 가야 한다니 아쉬워 두 번 울고….

 섬 속의 섬. 기꺼이 자처한 섬 유랑이 수면제가 될 것 같다.
 
※ 남해군에 유인도서는 상주면 노도, 미조면 조도와 호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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