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귀소(歸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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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의 귀소(歸巢)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10.15 11:02
  • 호수 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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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삶 59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은어 떼가 넘쳐나는 급류의 계곡에서
비 내림도 섞어야 윤기 나는 물의 노래
빗줄기 폭포 줄기에 음표들이 춤춘다.
 
펄쩍 뛴 높이마다 장단이 휘감기고
눈뜨고 감김 따라 음색도 가지가지
가끔씩 뇌성벽력에 효과음도 제 맛이다.
 
숲속의 새소리도 여기 와서 풀릴 쯤에
폭포는 나래를 펴 은어 떼를 퍼 올리고
호수는 열두 폭 치마 진객들을 맞는다.
 
여기 내 집에 온 듯 온갖 것이 편안하니
물속에 내려앉아 한 세월 잠이 들어
은어 떼 모천 떠날 쯤 나도 이소하련다.
 
비가 내려 살아나는 여름 날 물의 노래
갖가지 모여들어 교향곡이 되었으니
몸과 맘 음률에 젖어 안개 속에 잠기리. 
 

 - 詩作(시작) 노트 -
 비가 많이 오면 고향의 봉천은 망운산에서부터 읍성의 작은 도랑물과 하마정들과 파천들의 물을 모아 강진바다로 흘려보냅니다. 바다에서 몸을 키운 은어(銀魚)들은 산란을 하러 자기가 태어난 모천을 찾아옵니다.

 물을 따라 오르다가 큰 폭포를 만나 그 물줄기를 휘감아 오르는 모습은 정말 비장합니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지만 그게 운명인 걸 어찌합니까? 

 비 오는 날 이들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집니다. 거센 빗줄기에 천적인 새들의 활동이 잠잠해지니 그들에겐 절호의 기회입니다. 

 은어 떼가 폭포에서 퐁퐁 튀어 오를 때 참게와 뱀장어는 거꾸로 행동합니다. 즉, 은어는 바다에서 강으로 올라가지만 참게와 뱀장어는 바다로 내려갑니다. 그러나 산란을 위한 목적은 같습니다. 

 은어 떼들은 폭포 위를 향해 퐁퐁 뛰어 오르지만 정점은 각각 다릅니다. 그리고 공중에 머무는 시간도 다릅니다. 수없이 공중에 점을 찍는 모습들은 마치 오선지에 음표를 찍는 모습과 흡사합니다. 꼬리를 늘어뜨리는 놈. 지느러미를 펴는 놈, 감는 놈, 꼬리를 두 갈래 세 갈래로 펼치는 놈, 합치는 놈, 몸을 S자로 굽히는 놈, 곧게 펴는 놈, 그냥 점이 되어 한 번에 폭포 위까지 날아가는 놈, 높은음자리표처럼 둥글게 휘말리는 놈, 머리를 휘젓는 놈…….

 거기다가 배고픈 산새 울음 간간이 들리고 소나기에 뇌성벽력이라도 치면 그대로 대자연의 교향곡이 되어 울려 퍼집니다. 가끔 가다가 손바닥만 한 참게가 물살을 타고 내려오는데 참 헤엄도 잘 칩니다. 참게의 발은 물갈퀴가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굵기가 팔뚝만 하고 길이가 한 발이나 되는 뱀장어도 내려오는데 알 낳으려 바다로 가는 이놈은 무섭습니다. 시커먼 놈이 물살을 타고 내릴 때는 푸른 눈을 번득이고 입을 쩍쩍 벌리며 날카로운 이빨까지도 드러냅니다. 전형적인 포식자의 형태를 보이는 이 뱀장어는 강이나 호수나 하천에서 가히 천하무적입니다.

 이 시꺼먼 놈이 물에서 철퍼덕 떨어질 때 은어들은 일제히 멈춥니다. 마치 교향악단의 지휘자가 모든 악기를 잠깐 멈추게 하는 순간과 흡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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