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도 농업의 이해당사자, `나눔꾸러미`로 지역상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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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도 농업의 이해당사자, `나눔꾸러미`로 지역상생을"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0.10.22 10:48
  • 호수 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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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구점숙 남해여성농민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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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농산물 꾸러미, 먹거리 취약계층에 공급
생산자와 소비자 상생시스템 만드는 게 목표

남해 새지매공동체(회장 박옥선)가 농업 생산자와 소비자의 지역상생 모델 구축을 위한 나눔꾸러미 사업에 나섰다. 새지매공동체는 지난달 28일 추석을 앞두고 직접 생산한 농산물로 김치, 장아찌, 꽃차 등 반찬을 마련해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한부모가정 등 남해 먹거리취약계층 55가정에 배달했다. 구점숙 남해여성농민회 사무국장이자 새지매공동체 총무는 이 사업이 "중소농과 귀농귀촌인에게 새로운 판로를 모색할 수 있는 농촌활성화와 지역상생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본지는 이 사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역활성화와 상생을 지향하는지 구점숙 남해여성농민회 사무국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구점숙 남해여성농민회 사무국장은 남해 농민, 소비자들과 함께 지역을 살릴 나눔꾸러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구점숙 남해여성농민회 사무국장은 남해 농민, 소비자들과 함께 지역을 살릴 나눔꾸러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상생형 나눔꾸러미 사업을 시작한 배경은 =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면서 지난 25년 동안 농업은 위기다. 65세 이상이 43%인 농촌은 초고령사회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농업은 냉해, 긴 장마와 폭우, 가뭄 등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와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인력난까지 겪고 있다. 농업의 지속가능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그나마 희망이 있다면 그동안의 로컬푸드 운동이 확장된 개념으로 남해군이 푸드플랜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핵심은 지역의 중소농, 고령농을 조직해서 이들의 농산물이 지역에서 유통·소비되게 하는 것인데, 이것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짚어봐야 한다. 그래서 지역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찾기 위한 고민을 했다. `언니네텃밭`의 로컬푸드 사회적 모델 발굴 사업으로 시작한 게 제철 농산물로 가공한 먹거리를 지역의 취약계층에 공급하는 나눔꾸러미 사업이다. 

 두 달 전부터 최소 1년에 4번 정도 꾸러미를 만들고 그에 걸맞은 농산물을 생산하기로 했다. 새지매공동체는 그 전에도 나눔·기부 꾸러미를 해봤다. 올해 코로나 사태로 대구지역이 봉쇄됐을 때 우리가 담근 장아찌와 파김치 등을 대구에 보냈다. 그때 꾸러미를 받은 분들이 너무 고맙고 맛있다고 계속 마늘장아찌를 주문한다. 또 구례에서 수해가 났을 때 마늘종, 마늘장아찌, 반찬들을 들고 직접 찾아가서 밥차에 동참했다. 정말 보람있고 행복했다.
 
나눔꾸러미 사업은 얼핏 보면 취약계층을 돕는 사업이다. 이 사업이 어떤 의미에서 지역상생을 지향한다고 보나 = 귀농인들은 규모화된 농사체계를 갖추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원주민인 우리 집만 해도 4~5천평 규모의 농사를 마련하는 데 10여 년의 세월이 들었다. 특별한 사명감 없이는 아이들 키우며 다른 일로 안 빠지고 전업농으로 살아가기가 불가능하다. 귀농인들이 큰 품을 들이지 않고 원주민 농민과 섞여서 농업에 안착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원주민들은 생산은 잘하는데 판매, 시장개척, 온라인 유통, 네트워크 등 기술 차원은 다가가기 어렵다. 이런 면에서 귀농귀촌인들과 엮어줄 수 있어야 한다. 귀농귀촌센터가 그 고리 역할을 해줘야 한다. 새지매공동체에도 귀농인이 자기농사는 없지만 품을 나누며 보람도 갖고 실제 이익도 같이 나누고 있다. 나눔꾸러미 사업 또한 그 견인차 역할을 하리라고 본다.
 
중간지원조직이나 활동가의 역할이 필요하고 그걸 만드는 데 나서는가 = 만약 행정과의 협력이 안 되면 다른 시민사회조직의 후원을 받아서도 할 수 있다. 비용이 많이 드는 게 아니어서 그런 네트워크를 통해서라도 충분히 가능한 사업이다. 우리 회원들이 분기별로 김치, 장아찌를 담가주는 등 기본 밑반찬만 공급해줘도 먹거리취약계층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조합원들에게 삶의 연륜 같은 게 있다. 나눔을 좋아하는 조합원들이 있다. 상생과 배려 같은 내면의 철학이 굉장히 좋고 강하다. 

 겨울에 굴, 바지락을 깔 때 언니들이 이익을 독점하는 방식으로 했다면 진즉에 깨졌을 거다. 그런데 굉장히 민주적인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게 여성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 남의 아픔이나 처지에 대한 이해나 공감 능력이 뛰어나 내 욕망을 억누를 줄 안다. 여성농민공동체로서의 역할을 너무 잘하고 있다.
 
생산자에게도 수익이 제대로 가고 수혜자도 좋을 것 같다. 일반 소비자도 함께할 수 있나 = 물론이다. 텃밭을 유지하도록 일반 소비자가 돈을 내고 대신 가격등락이 덜하게 할 수 있다. 시중에 반찬가게가 많이 들어섰다. 그만큼 소비자가 많다는 거다. 우리는 농사지어 큰 부자가 되려는 게 아니다. 농사지어 제철에 고생한 보람만 찾을 수 있으면 된다. 텃밭에서 꾸준히 물량을 낼 수 있으면 그것을 가공해서 먹거리취약계층이나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다. 이윤이 주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건강한 먹거리, 제철에 맞는 먹거리, 문화에 맞는 먹거리를 생산하고 소비할 시스템이 되는 거다. 

 또 소비자가 공동작업장이나 체험 형태로 참여할 수 있다. 요지는 우리가 누군가를 돕는 게 목적이 아니라 소비자도 결국 농업의 이해당사자임을 알아가는 것이다. 농업은 우리 식탁, 우리 삶과 직결되기 때문에 농업이 망가지면 우리의 안정적인 삶도 무너진다. 
 
구체적으로 이후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 = 잎마늘 심기, 무농약 마늘심기 등 공동농사를 하고 있다. 또 앞으로 토종종자사업을 할 거다. 이번 사업을 계기로 함께할 지점, 민관협치의 장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다. 바쁜 농사 끝나면 곧 행정에 간담회를 요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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