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미경 작가, 낡은 벽에 생명을 채워 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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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미경 작가, 낡은 벽에 생명을 채워 넣다
  • 전병권 기자
  • 승인 2020.10.22 11:09
  • 호수 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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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는 남해를 사랑하는
저의 표현방식"
완판신화 썼던 `봉플리`
다시 개장
오는 30~31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서양화가인 하미경 봉화마을 작가가 지난 14일 창선면 오실등봉 식당의 벽을 그녀의 손길로 채워나가고 있다.
서양화가인 하미경 봉화마을 작가가 지난 14일 창선면 오실등봉 식당의 벽을 그녀의 손길로 채워나가고 있다.
지난 14일 하미경(오른쪽) 작가와 벽화 의뢰자인 오실등봉 사장 이경순 씨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14일 하미경(오른쪽) 작가와 벽화 의뢰자인 오실등봉 사장 이경순 씨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갈라지고 허름한 벽에 생명을 채워넣는 예술 `벽화`. 지난 14일 창선면을 지나다 벽화그리기에 몰두한 봉화마을 작가 하미경 서양화가를 만났다. 그녀가 벽화그리기를 시작한 지도 꽤나 시간이 흐른 것 같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됐다.

 하 작가는 "2013년 귀촌한 뒤 바쁜 생활을 하다, 집의 벽이 낡고 갈라져 이를 가리기 위해 나비벽화를 그린 것이 남해에서 첫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그때가 2014년. 벽화를 그리고 있던 낯선 화가를 접한 삼동면 봉화마을의 한 어르신은 "나비가 있으니 꽃도 있어야하지 않겠는가"라는 말에 양귀비를 그렸고 지나는 주민들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 작가는 다짐한다. "10개 읍면에 벽화를 그려보자"라고 말이다. 그로부터 2020년 10월까지 그녀는 꾸준히 벽화를 그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하 작가는 "아직 1개 면에 벽화를 그리지 못했기 때문에 벽화작업은 계속 되겠죠"라고 말한다. 

 변변한 인건비도 받지 못하고 때로는 완전 무료로 봉사할 때도 있는 벽화그리기를 왜 하는 것일까? 이러한 물음에 하 작가는 "남해를 사랑하는 저의 표현방식 중 하나"라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하 작가는 평소에도 "하늘이 허락하는 한 봉화마을 뒷산에 뼈를 묻고 싶다"는 다소 격한 표현을 종종한다.

 벽화를 그리는 기준은 무엇일까? 그녀는 "장소가 남해군에 속해 있어야 하고, 주민들이 만족하며 관광객들에게도 그 마을의 긍정적인 인상을 심을 수 있어야 한다"며 "그래서 제 벽화에는 숨겨진 이야기나 메시지가 있다"고 답했다. "벽화를 보는 분들이 이 벽화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찾아보는 재미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이가 7년 동안 남해군에서 그린 벽화는 15개 정도가 된다. 그 중 단일 작품 중 가장 긴 벽화는 미조면 천하마을에서 상주면 금포마을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 1km 구간이다.

 하 작가는 "서양화가로서 벽화그리기는 사실,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제게도 남해에서 쓰임 받을 수 있는 달란트가 있음에 감사하다"며 "이러한 제 스스로에 대한 다짐과 신뢰를 지금까지, 앞으로도 계속 쌓아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봉화마을 플리마켓 `봉플리`
 벽화 이야기가 마무리될 때쯤 하 작가는 반가운 소식을 전한다. 그 소식은 바로 `봉플리`의 부활. 봉플리는 하 작가가 주도하는 봉화마을 플리마켓의 준말로,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과 토요일 다양한 물건을 사고 파는 행사다. 장소는 당연히 봉화마을이고 하 작가의 작업공간인 `커피아티스트(삼동면 봉화리 833-1)`에서 만나볼 수 있다. 봉플리는 코로나19가 확산됨에 따라 3차까지 마무리하고 휴식기를 가졌었다. 

 하 작가는 "회차가 거듭될수록 많은 분이 참여하며 완판을 기록했던 봉플리가 드디어 오는 30일(금)과 31일(토) 오전 11시부터 5시 30분까지 다시 문을 연다"며 "자기 집에서 만든 것이나 바꾸고 싶은 것. 선보이고 싶은 것. 식료품, 농산물, 손글씨, 공예품 등 바꾸거나 나눠도 된다"며 "제로페이나 남해지역화폐인 화전으로도 물물교환도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비교적 오랜 기간 준비한 만큼 이번에는 더 많은 판매자가 참여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 작가는 "도시에서는 플리마켓이 유행이 지난 행사라고 하는데, 지금은 촌스러움이 독특함이 있다"며 "촌스러움의 진가를 맛보면 관광객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봉플리를 바탕으로 끼 많고 능력있는 군민들이 모여 영화상영이나 음악회, 디제잉 파티도 해보고 싶다"며 "처음 귀촌했을 때 제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남해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이 내 곁에 있다. 그것이 내가 남해를 위해 제 능력을 쓰는 일이자 제 자신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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