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파이 만든 자본주의 시스템에 근본적인 반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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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파이 만든 자본주의 시스템에 근본적인 반성을"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0.11.03 18:07
  • 호수 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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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인강` 첫 강좌 강수돌 교수 강연
남해상주마을공동체연구회 인문학강좌 첫 강사로 강수돌 고려대 교수가 초청됐다.
남해상주마을공동체연구회 인문학강좌 첫 강사로 강수돌 고려대 교수가 초청됐다.

 남해상주마을교육공동체연구회가 주관하는 `2020 우리마을인문학강좌(이하 우인강)` 첫 강좌가 지난 22일 오후 7시 상주면사무소 2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첫 강연은 강수돌 고려대 교수가 강사로 나서 `코로나 이후의 삶 : 교육, 경제, 마을`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코로나19로 수강인원을 50명으로 제한한 이날 강연에서 강수돌 교수는 2시간 넘게 강연과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우인강`은 2018년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를 주제로 처음 강좌를 시작해, 지난해에는 `마을에서 철학하기`를 주제로 강좌를 진행했다. 올해는 `코로나 시대, 마을의 미래`를 주제로 네 번의 강좌를 진행한다.
 강수돌 교수는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에서 경영학을 가르치면서 거주해온 지역에서 5년 동안 동네 이장을 지냈다. 마을공동체운동을 실천하면서 그는 경쟁이 아닌 공존과 행복의 가치를 실현하는 사회를 위한 대안을 제시해왔다. 룗나부터 교육혁명룘, 룗나부터 마을혁명룘, 룗더불어 교육혁명룘을 비롯해 룗팔꿈치 사회룘, 룗잘 산다는 것룘, 룗경쟁 공화국룘 등의 책을 펴냈다.
 

남해상주마을교육공동체연구회가 주관하는 `2020 우리마을인문학강좌(이하 우인강)` 첫 강좌가 지난 22일 상주면사무소 2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사진은 회의 참석자들의 찍은 단체 기념 사진.
남해상주마을교육공동체연구회가 주관하는 `2020 우리마을인문학강좌(이하 우인강)` 첫 강좌가 지난 22일 상주면사무소 2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사진은 회의 참석자들의 찍은 단체 기념 사진.

코로나는 무한성장 경쟁의 결과
 강수돌 교수는 지금의 코로나 팬데믹 사태가 인류가 그동안 무한성장이 가능하다는 신화를 믿고 달려온 사회시스템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라는 자본주의 사회시스템에서는 생산량 증대가 목표가 되면서 자연이 파괴되고, 야생동물이 상품화되고, 기후변화로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연에 살 곳이 없어지자 도시에 멧돼지가 출몰하고, 달팽이요리나 박쥐요리를 먹고 신약개발과 백신개발에 야생동물을 실험용으로 쓰면서 변종이 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아지면서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수돌 교수는 "지구가 지금 당장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지구 위의 인간과 생명체는 곧 망할 수도 있다. 지구가 어머니임을 망각한 인간들이 만든 대량생산, 유통, 소비, 폐기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구의 역사는 45억 년인데,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후 인류의 역사는 1만 년, 지금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본격화된 건 300년에 불과하다며 강수돌 교수는 "덜 생산하고 덜 소비하는, 적정 생산과 적정 소비가 이뤄지는 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수돌 교수의 강연을 듣기 위해 많은 남해 군민들이 참석했다.
강수돌 교수의 강연을 듣기 위해 많은 남해 군민들이 참석했다.

파이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강수돌 교수는 코로나 사태를 가져온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에 대해 설명하면서 파이 자체가 변질됐다고 경고했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경제의 세 측면으로 `파이의 크기`, `파이의 분배`, `파이의 원천`을 제시했다. 흔히 보수주의자들은 생산량 증대를 위해 먼저 파이의 크기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진보주의자들은 생산된 결과를 공유하기 위해 파이의 분배를 더 많이 강조해왔다. 강수돌 교수는 이제 파이의 원천에 대해 더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아무리 파이(경상도 식으로 말하면 `찌짐`입니다)를 키우고 사이좋게 골고루 N분의 1로 나눈다 해도, 입에 넣는 순간 그 안에 유리조각, 미세플라스틱, 환경호르몬이 나오면, 이 원천 자체가 엉터리라면 크게 키워서 많이 갈라 먹을수록 빨리 죽어요. 왜 집단자살 시스템으로 만듭니까. 그러니까 지금까지는 파이의 크기와 분배 두 가지만으로 싸워왔는데 새로운 차원이 필요합니다. 원천을 보자는 겁니다."
 즉 불량파이를 만들기 위해 달려가고 있는 시스템이 자본주의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강수돌 교수는 일상과 마을과 삶의 시스템을 자본주의적인 것에서 적정 생산, 적정 소비로 행복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인간노동과 자연자원이 부의 토대를 형성하고 균형과 조화를 이루면, 건강한 삶과 우리의 마을공동체, 자연을 잘 보존하면 건강하게 사는 겁니다. 옛 어른들 말씀대로 물 좋고 산 좋고, 공기 좋고 인심 좋으면 된 겁니다. 이 안의 우리의 삶의 질이라고 하는 개념이 핵심이 다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삶의 양 위주의 관념이 아니라 삶의 질을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로 가야 한다는 게 제가 주장하는 것입니다."
 우인강 두 번째 강연은 참여정부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낸 경제학자 정태인 선생이 나서 28일 상주면사무소 2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정태인 선생의 강연 내용은 다음 호에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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