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 달리냐고? 마라톤은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인생같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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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달리냐고? 마라톤은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인생같은 거니까"
  • 한중봉 기자
  • 승인 2020.11.06 09:55
  • 호수 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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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으로 고통받던 보통시민 이상만, 68세에 보물섬 남해 200km 일주 마쳐
정찬오 남해마라톤클럽 회장 "후배 귀감되는 진정한 마라토너"
고통 속 환희… 지난 24일, 거센 가을바람이 마라토너의 길을 막아섰다. 그래도 달렸다. 이미 수차례 고통 뒤의 환희를 맛본 경험이 그의 등을 떠밀었다. 가슴팍에 새겨진 남해 이상만. 그는 포기를 모르는 진정한 남해인이다.
고통 속 환희… 지난 24일, 거센 가을바람이 마라토너의 길을 막아섰다. 그래도 달렸다. 이미 수차례 고통 뒤의 환희를 맛본 경험이 그의 등을 떠밀었다. 가슴팍에 새겨진 남해 이상만. 그는 포기를 모르는 진정한 남해인이다.

이 남자가 달리는 이유
 남해여객 직원 등 평범한 회사원으로 일상을 살아왔던 이상만(68·남해읍) 씨는 지금으로부터 16년인 2015년 12월, 위암 선고란 날벼락을 맞았다.
 2016년 수술 후 암은 완쾌됐지만 수술 전보다 몸무게가 10㎏ 줄었다. 몸이 아프고 난 후부터 잡생각도 많아졌다. 그래서 시작한 운동이 마라톤이다. 달릴 때는 아무것도 생각나는 않는 홀가분함이 좋았다. 52세란 늦은 나이에 마라톤을 시작했지만 순간 순간 고통을 이기고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는 스스로가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그는 마라톤과 사랑에 빠졌다.
 

6월 100km(빨간색 구간)에 이어 지난 24일 나머지 100km(파란색 구간) 완주를 마쳤다.
6월 100km(빨간색 구간)에 이어 지난 24일 나머지 100km(파란색 구간) 완주를 마쳤다.

공식적으로 남해-서울 거리 25차례 달려
 2007년 열린 보물섬마라톤대회에서 10Km 완주를 시작으로 각종 하프대회와 풀코스대회에 40여 차례 출전, 모두 완주에 성공했다. 그 이후에도 울트라마라톤대회도 50㎞ 3번, 100㎞ 4번, 200㎞ 2번 출전, 모두 완주해 100%의 성공률을 자랑했다.
 그때부터 남해마라톤클럽(이하 남마클)의 늦깎이 기대주로 급부상한 이상만 고문이 올해까지 이룬 기록은 끝이 없다. 풀코스 105회, 100km울트라 24회, 200km울트라 10회, 308km울트라 2회가 그의 흔적이다. 537km울트라, 622km울트라도 도전하고 부상으로 완주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도전은 멈춘 적이 없었다.
 그동안 그가 공식적으로 달린 거리를 합치면 1만여 키로 가량된다. 남해와 서울 거리를 얼추 400km로 잡는다면 그는 남해-서울 구간을 무려 25회 달렸다.
 
`나의 남해`를 달려보고 싶었다
 서울과 남해를 25회나 달린 철인 이상만의 마라토너로서의 마지막 버킷리스트는 자신이 딛고 살아가고 있는 땅을 달려서 일주하는 것이었다. 그 첫 발을 올해 6월 내딛었다. 6월 20일 저녁 6시 빗속을 뚫고 남해읍 공설운동장을 출발해 서상~회룡~갈화~대사~노량을 달려 다시 읍으로 방향을 틀었다. 1차 목표 지점인 남해읍 쇠섬에 도착하니 밤 11시였다.
 6월 27일 2차 주행을 했다. 쇠섬을 출발해 이동 해안도로를 따라 지족~신흥~단항~수산~오룡~가인~연곡~적량을 내달렸다. 몸은 무거웠지만 마음은 가벼운 두 번째 주행이었다.
 연이어 나머지 100km 구간을 달리려 했던 그의 발목을 잡은 건 `코로나19`였다. 그러다 지난 12일 사회적거리두기 1단계로 접어들자 24일 새벽 4시 다시 운동화 끈을 질끈 묶었다. 적량을 출발해 장포~부윤~지족~동천~미조~설리~상주~소량~두모~앵강곡~화계~당항~석교~가천~홍덕~상가~장항~남해읍까지 100km을 내질렀다. 남해공설운동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45분이었다. 13시간 45분에 거쳐 남해의 반을 돈 강행군이었다.

동료가 있었다…긴 인생길을 버틸 수 있었던 건 동반자가 있기 때문이다. 마라톤도 마찬가지다. 혼자 뛰는 것 같지만 결코 혼자가 아니다. 이상만 씨는
동료가 있었다…긴 인생길을 버틸 수 있었던 건 동반자가 있기 때문이다. 마라톤도 마찬가지다. 혼자 뛰는 것 같지만 결코 혼자가 아니다. 이상만 씨는 "남마클이 없었다면 나도 없었을 것"이라 말했다.

남마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남마클 이상만 고문의 남해 달리기 일주에는 조력자들이 있었다. 정찬오 회장과 양연호, 함설희, 정경식, 김미영, 이인숙 회원 등이 그의 이번 대장정 동반주자였다. 이 외에도 많은 회원들이 함께 식사를 챙기고 응원을 보탰다. 덕분에 그는 포기하려 했던 순간들을 이겨냈다.
 이 고문은 "긴 인생을 포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건 곁에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듯, 체력의 한계를 느끼며 포기하려던 순간순간 나의 옆에는 남마클 회원들이 있었다"며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정찬오 남마클 회장은 "이상만 고문은 우리 후배들의 롤 모델이자 귀감이 되시는 분이다. 우리도 남해 마라토너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운동을 해 나갈 것"이라며 달리기 동호인들의 관심도 아울러 당부했다.
 

"전국의 마라토너가 이 코스를 달렸으면…" 남마클 이상만 고문이 물미도로 남해 최고 풍광을 자랑하는 남면 해변길을 달리고 있다. 이 고문은 "남해 마라톤 코스는 충분히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며 보물섬 남해 마라톤 대회가 열리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남자의 끝은 어디인가
 마라토너로서 마지막 버킷리스트를 해낸 이상만 고문은 이제 다른 도전을 모색 중이다.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하는 것이 그의 새로운 시작이다.
 그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달립니까?"
 그는 답했다. "마라톤은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인생같은 거니까."

 첫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하는 `불굴의 남해인 이상만`을 인터뷰할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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