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에 만난 죽마고우(竹馬古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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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에 만난 죽마고우(竹馬古友)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11.06 17:50
  • 호수 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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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삶 61 │ 壁松 감충효
壁松  감  충  효시인 / 칼럼니스트
壁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유월에 내비치는 우리 추억 푸르고나
그 바다 그 들녘을 찾아 나선 사람들아
우리는 어깨동무로 남은 세월 그리 살자.

봄비가 흠뻑 내린 고향 들녘 물고랑에
벗은 발 찰랑이며 송사리 떼 쫓던 시절
친구여! 밀 구워먹던 그 언덕도 생각나니?

하나 둘 떠나가서 오늘 여기 못 왔구나.
삶은 그저 나그네 길 앞서거니 뒷서거니
그러다 어깨동무로 오늘처럼 만나는 것.

일흔 고개 보이는가 멀어서 아득 터니
어느 새 코 닿을 듯 성큼 닥아 왔구나.
짐 벗어 던진 이후로 가벼워서 빨리 왔나?

레이저 눈빛으로 들판에 나가보세
유월의 에너지가 짙푸르게 녹아들어
우두둑 뼈마디에서 기가 솟아 흐를걸세.

2년후면 인생 칠십 근골(筋骨)이 문제렸다.
가볍게 위밍하며 늦지 않을 날을 위해
오늘을 헹가래치며 지금부터 준비하세.



| 詩作-노트 |
초등학교 동창회는 참 정답고 허물이 없습니다. 3년 전 2017년 6월 10일 충주의 계룡산 동학사 부근의 어느 산장에 저의 초등학교 동기생들이 모였습니다.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어 먼저 간 동기생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그럴수록 남아있는 죽마고우들은 어깨동무에 힘줍니다. 서로 건강을 염려해 주며 끝까지 오래 같이 가자는 뜻입니다.
해마다 개회식 때 축시 낭송을 넣는 바람에 그때도 축시를 지어 친구들에게 들려주었습니다. 여느 동창회와는 좀 다르게 시낭송도 하고 키타연주, 하모니카 독주도 합니다. 이날도 축시 낭송 때 친구들의 몰입수준은 대단했습니다. 낭송이 끝나자 박수갈채와 함께 엄지손가락들을 치켜세우는 사인을 보내줍니다. 그리고 60대를 넘기면서 관절보호나 성인병 등을 막아보자는 취지로 몇 년 전부터 제가 할 수 있는 우슈/쿵후 태극권 시범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 나이에 무슨 무술을 합니까마는 양생 차원의 몸놀림들이 잘되면 온몸이 살아나기 때문입니다.
`유월에 만난 죽마고우(竹馬古友)`의 시는 어렸을 때의 추억을 불러내며 앞으로 남은 생에 활력소를 불어 넣어 주기 위한 것이었는데 아마도 그게 마음에 와 닿았는가봅니다. 올해는 서울 친구들이 주관해 남해, 부산 등 전국의 동기동창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일찍이 충북 단양의 호텔까지 예약해 뒀으나 코로나19로 해약을 했습니다. 추석 성묫길도 여의찮은 상황이었으니 100명 가까운 죽마고우들의 올해 만남은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이러스에 주눅이 들어 칩거하며 면역력을 죽이며 사느니보다 방역수칙 지키며 죽마고우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지는 것이 오히려 면역력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어쨌거나 이 바이러스로 인해 만물의 영장 인간이 이렇게 주눅이 들었던 때는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나친 공포심으로 움츠려 있는 것보다는 열심히 운동하고 섭생에 주의하며 긍정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면역력을 키워 질병과 싸워 이기는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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