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가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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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가는 것들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11.16 14:19
  • 호수 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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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어린 시절 시골에서는 먹거리가 귀했다. 우리 할머니들은 여름 비바람에 영글지 못한 채 떨어져 버린 조그만 떫은 감마저도 받아둔 빗물에 담가 두었다 간식으로 주시곤 했다.
추석을 맞아 찾은 고향은 집집마다 감이 주홍빛으로 물들어가고 먼저 익어가는 홍시를 먹으며 친구들과 이야기꽃을 피우곤 했다. 혹여 단감나무가 있는 친구집은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서리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먹고 입을 것은 항상 부족해도 이웃과 친구의 따스한 정과 나눔의 배려로 마음은 넉넉한 시절이었다.
일제 강점기와 6·25를 지나며 전 세계 누구도 먹지 않는 먹장어를 짚에 구워 먹으며 허기진 배를 채우던 시기에 한국을 찾은 룗대지룘의 작가 펄 벅 여사는 한국의 왕궁과 찬란한 문화유산보다 감나무를 수확하며 까치밥을 남기며 동물까지 챙기는 배려와 고단한 하루의 농사를 끝내고 귀가하며 소달구지를 타지 않고 짐을 나누어지고 가는 농부의 걸음에 인생 최고의 감명을 받아 대한민국이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의 지도자가 될 것을 믿고 예찬했다 한다. 이렇듯 우리 선조들은 타인과 더불어 사는 삶을 살았고 나눔의 정도 느끼고 살았다.
지금의 우리는 그들의 자손이며 삶의 후배이지만 모든 것이 풍족한 요즘 차츰 많은 것을 잃어가고 있다. 전쟁과 굶주림으로 고통받을 때보다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해버리는 일이 발생하고 이웃과의 분쟁은 늘어만 가고 있다. 또한 자연과 동물에 대한 배려만 잃어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기본 예의가 흔들리고 있다고 느껴진다.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물질의 풍요로움도 중요하지만, 정신적 안정 또한 무시할 수 없음을 모두 알고 있다. 지금은 돈만 벌 수 있다면 까치밥은 고사하고 뿌리까지 뽑아 버리는 일도 생기고 있다. 멀어져가는 행복은 잃어가는 배려와 정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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