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을 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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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을 까면서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12.01 14:14
  • 호수 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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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귀 고현 대곡 출신
이 진 귀 시인<br>고현 대곡 출신​​​​​<br>
이 진 귀 시인
고현 대곡 출신​​​​​

음식에 골고루 들어가는 양념 마늘 까기가 오늘의 할 일이다.
밥벌이 못 하면 식재료라도 알아서 준비해야 한다.
칼로 흰 살의 알만 남도록 얇은 껍질까지 벗겨낸다.
얇은 껍질 속 막들이 진득한 마늘 액 때문에
손에 막 묻어 오른다.
이렇게 깐 쪽이 난 마늘이 제법 수북이 쌓인다.
그 녀석들 고운 살결이 반지르르하고 토실토실하다.
그러나 손가락이 아려 와 더 깔 수가 없어 칼을 놓는다.
마늘의 알린 그 독한 놈이 열을 받아
손가락을 공격한다, 터무니없이 당하고 만다.
마늘을 까다 보면 팔도 아프고 손가락에 쥐도 난다.
얼마나 앉아 있었다고 허리는 이렇게 아픈지 만신창이가 된다.
다음부터는 껍질을 깐 마늘을 사서 준비하는 거,
갈아서 병에 담아 놓은 양념 마늘을 사 먹는 거,
가능하면 마늘 양념을 사용하지 않는 거,
별별 망상을 하다 다 소용없는 발버둥임을 안다.
갑자기 마늘 까는 일을 하는 고향 친구가 생각난다.
친구는 매일 얼마나 많이 깔까 또 팔은 얼마나 아플까.
난 고작 몇 쪽 까고 나가떨어지는 데, 헛궁리나 하고 있는데.

 

┃이진귀 시인 약력 ┃

1960(1959)년 남해군 고현면 대곡리 출생. 도마초, 남해중, 국립부산기계공고, 한양대 졸업. 2019년 계간 「에세이문예」 겨울호 신인상 수상으로 시인 등단. ㈜삼양사, ㈜휴비스를 거쳐 현재 ㈜경연전람 중국시장본부장으로 근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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