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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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12.01 14:33
  • 호수 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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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의 남해일기

남해읍 시장아랫길에서 회나무길까지 일방통행이 시행된 지 석달째다. 거꾸로 길을 들었다가 우왕좌왕하기도 했지만 안정되어 가고 있는 듯하다. 양방통행이던 시절, 남해읍시장에 5일장이 열리면 자가용 경적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첫새벽을 여는 청소차는 미화원이 먼저 내려 길을 터달라며 양해부터 구해야 했다. 안 그래도 좁은 길에 도로가까지 외부상인들이 점령하고 있어 좌판이라도 슬쩍 건드리면 마수걸이하기도 전에 눈살부터 찌뿌려졌다. 얼마 전 시장에 가니 한쪽은 일렬로 차가 이동하고 반대쪽은 정차할 수 있어 상점에서 물건을 사고, 싣고 편리했다. 면지역에 사는 언니는 시장아랫길에서 민폐를 끼칠까 걱정했지만 나름대로 남해읍 쇼핑에 잘 적응하고 있었다.

일방통행이 시작되니 나의 학창시절 경험담이 생각났다. 30여년 전 파란불일 때 길을 건너고, 빨간불일 때 멈춘다라는 이론에만 빠삭하던 나와 친구는 현재, 남해유배문학관 앞으로 우회도로가 생기고 나서 신호등 따라 횡단보도를 건널 기회가 왔다. 친구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소입현마을에 사는 친구네로 놀러가는 길, 우회도로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교통경찰이 나와 계도하고 있었다. 파란불, 빨간불만 들었지 실제는 초록, 빨강, 노랑 난감했다.
"요~서(여기서) 건너모 안 되나, 꼭 저~(저쪽)까지 가야 되나. 차도 안 온다, 고마 건너삐자." 친구와 나는 타고 간 자전거를 애완견처럼 잡고 무단횡단을 했다. 어이, 이봐 학생. 둘 다 이리와 하며 경찰아저씨가 손을 까딱까딱한다.
"학교 선생님이 무단횡단하라고 가르쳤느냐, 과태료 스티커 끊어서 집에 부모님 갖다 드려야 교통신호를 지키겠느냐" 하며 조회시간에 교장 선생님 훈시보다 더 긴 훈계가 이어졌다. 나는 간이 철렁 내려앉고, 울어야 되나, 두 손 모아 싹싹 빌어야 되나 걱정이 태산인데 친구가 먼저 입을 열었다.
"경찰 아저씨예,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기는 했는데 신호등은 처음 봐서 잘 몰라서 그랬심미다. 이번만 봐주시모 우리나라에서 제일 교통질서 잘 지키는 사람이 될께예." 경찰 아저씨는 어이가 없었는지 허파에 바람빠진 사람처럼 웃더니 우리 둘을 그냥 가라고 했다. 우린 경찰 아저씨께 몇 번이고 절을 하고 헤어졌다.
"우와~ 니는 진짜 간도 크다, 경찰 아저씨한테 겁도 안 먹고 이야기 잘 허네. 내가 생각해도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모르긋다, 나도 심장이 떨려 죽는 줄 알았다야. 근데 니 신호등 진짜 처음 보나? 아이고, 니가 그리 순진했더나, 하얀 거짓말이지, 아마 경찰아저씨도 거짓말인지 알았을걸?"
그때만 해도 참 순진하고, 해맑던 시절이었다. 내가 스무살이 되고, 남해대교를 통해 청운의 꿈을 안고 객지로 나갔을 때 큰 도로가에서 방향을 잃고 서 있었다. 그땐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라 길 검색도 안 되고 무조건 지나가는 행인이나 인근 가게에 물어봐야 했다. 주말마다 남해 집으로 와서 남해의 바닷바람을 맞고, 남해의 골목길을 돌아다녔다. 가족들이 인정하는 심각한 길치인 나는 도시의 길이 어려워 남해에서 일방통행을 경험하고 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방향을 잃고 우왕좌왕하던 때는 지났다. 사람과의 관계는 일방향보다 다방향으로 서로 소통하는 것이 이득이지만 좁은 길은 일방통행이 교통체증과 소음공해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상점 앞 편리한 정차로 지역경제도 활짝 꽃 피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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