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 남단 가천에 가면(1) / 반도 남단 가천에 가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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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 남단 가천에 가면(1) / 반도 남단 가천에 가면(2)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12.01 14:50
  • 호수 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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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삶 65 │ 碧松 감충효

반도 남단 가천에 가면(1)

 

백 계단 까마득한
다랑이논 앞에서는

세상사 고달픔은
꺼내지도 말아라

돌 한 개
흙 한줌에도
숨은 뜻을 안다면.

잉카도 이곳에선
옷 깃 한 번 여밀게다

푸른 바다 밟고 선
품새 더욱 도타워서

미륵불
솟아 오른
반도 남단 가천아.

반도 남단 가천에 가면(2)

 

다랑이 논 백 계단을
옆구리에 꿰어 차고

푸른 물 밟고 선
가천의 담벼락엔

처연히
읽어야 하는
고행의 시가 있다.

한 알 두 알 돌의 언어
땀방울로 젖어 들 때

삶은 산록을 올라
거친 숨을 몰아쉬는

백여 층
행간에 걸린
억척같은 서사시여.

 


碧松 감충효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충효시인 / 칼럼니스트

- 詩作 노트 -
백팔계단이라 합니다. 가천 담벼락에 기대선 다랑이 논의 층계가 그러하니 불교에서 말하는 백팔번뇌의 그것을 암시한 계단이 미륵불과 육조문이 전하는 전설의 조화에 의해 생겨난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미륵불은 이 가천마을에서 영조 27년(1751년)에 발굴됐다고 전해지고 있고 가천마을의 뒷산 설흘산에 여섯 스님이 탄생해 승천했다는 육조문 전설도 바로 불교문화와 연관돼 있으니 백팔번뇌와 백팔계단의 의미를 떠올려 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전설들을 떠나 설흘산 옆구리에 매달린 다랑이 논을 볼 때마다 남해인이 열악한 환경에서 얼마나 강인하게 삶을 개척했는가를 느끼면서 그 과정을 떠올려 보면 처연한 생각이 들 때가 많고 한 알 두 알 쌓아 올린 그 땀방울의 역사를 보면서 백팔계단 행간마다에 걸쳐있는 남해인이 써 내려간 장엄한 서사시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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