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고려시대사·보도연맹 사건 재조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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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고려시대사·보도연맹 사건 재조명하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0.12.04 17:44
  • 호수 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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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문화원 향토사연구소 학술포럼 열려
삼별초·정지 장군·팔만대장경 관련 발표
현대사 관련 남해보도연맹사건 최초 조명
지난달 26일 열린 남해문화원 향토사연구소 학술포럼의 발표자와 토론자를 비롯한 관계자와 참석자들.
지난달 26일 열린 남해문화원 향토사연구소 학술포럼의 발표자와 토론자를 비롯한 관계자와 참석자들.

 제2회 남해문화원 향토사연구소 학술포럼이 지난달 26일 남해유배문학관에서 개최됐다. 남해문화원 향토사연구소(소장 박성석)가 주최하고 남해군과 남해문화원(원장 하미자)가 주관하는 이번 학술포럼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발표와 토론을 위한 최소인원만 참석, 비대면(온라인) 녹화중계 방식으로 진행했다.
 하미자 원장은 인사말에서 "제1회 향토사연구소 학술포럼을 연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회째를 맞았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학술포럼을 개최할 수 있게 되어 감사드린다"며 "다양한 주제들 중에서도 앞으로는 남해의 민속이나 성(城) 관련 연구 등을 중점적으로 조사·연구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성석 향토사연구소장은 "남해에는 민속적, 향토적 역사유물과 자료가 많다. 남해지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남해의 뿌리를 찾는 것이다.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후대에 남겨야 한다. 오늘 포럼도 그 일환"이라며 "세월이 흐르고 문명이 서구화되고 우리의 전통가치가 점점 소멸돼가는 요즈음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 남해의 역사유물들을 중요한 유산으로 남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포럼의 의의를 강조했다.
 
남해 고려사 연구의 성과와 과제
 이날 학술포럼은 총 4건의 주제발표와 각 주제와 관련한 토론 방식으로 진행됐다. 주제 면에서는 고려사와 관련된 주제가 3건으로 주를 이뤘고, 특히 한국 현대사인 보도연맹 학살사건이 향토사학술포럼에서 최초로 다뤄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종합토론회의 좌장은 박성석 소장이 맡았고 각 발표당 1명의 토론자가 나섰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김성철 전 유배문학관장은 `삼별초의 막둥이 섬 남해와 대몽항쟁`이라는 주제로 팔만대장경과 함께 고려시대 호국과 자주정신의 발로인 삼별초의 대몽항쟁의 의의를 밝히고, 남해 서면 서호리에 위치한 `장군터` 혹은 `대장군지`를 삼별초의 유존혁 장군이 웅거한 곳으로 추정하면서 앞으로 이곳에 대한 조사 발굴과 연구가 심도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두일 전 남해군의원이자 향토사연구위원이 토론을 진행했다.
 두 번째 발표자는 서재심 향토사연구위원으로 `정지 장군과 관음포대첩`이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했다. 서 위원은 14세기 말 고려시대 정지 장군이 관음포만에서 군사적 열세에도 최무선의 화포를 사용해 왜구를 크게 격퇴한 관음포대첩을 인물사와 함께 조명했다. 발표자는 남해 관음포가 고려시대에는 정지 장군이, 조선시대에는 이순신 장군이 우리나라를 수호한 호국성지였음을 강조했다. 토론자는 김향숙 남해문화관광해설사가 나섰다. 
 세 번째 주제발표는 한문학자이자 남해팔만대장각판 연구가인 정상운 선생이 나섰다. 정상운 선생은 24년간 팔만대장각판에 관한 연구자료들을 수집·분석해왔으며 이번 포럼에서는 팔만대장각판의 명칭이 국보 제32호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이 다르다는 점을 제기하고 문헌을 토대로 명칭의 혼란상과 역사적 변화상의 정리를 시도했다. 특히 국보 제32호의 `고려대장경`이라는 명칭은 "1532년 각판과 1865년에 판각한 보유목록이 포함돼 있고 일본학자가 부여한 것을 답습한 것이어서 역사성과 보편성의 미비로 부적절하다"며 "국보 제32호는 대장경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인쇄기이기 때문에 고려팔만대장각판이라는 명칭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 대장각판 제작과정에서의 불교종파의 사상적 갈등과 정치권력자의 고민, 이에 따른 대장각판 간기 표기의 오류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토론자로는 임종욱 팔만대장경판각성지보존회 사무국장이 나섰다.
 고려팔만대장경과 관련해서는 남해에서만 해도 정상운 선생의 주장과 팔만대장경판각성지보존회의 주장이 많은 면에서 이견과 각종 문헌에 대한 해석의 차이를 드러내왔다. 이날 포럼은 공식적으로 이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행사의 여건상 본격적인 토론의 장이 이후로 미뤄진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한국전쟁과 남해보도연맹 학살사건`
 마지막 주제발표는 한관호 향토사연구위원이자 전 경남도교육청 홍보사무관의 `한국전쟁과 남해보도연맹 학살사건`이다. 국민보도연맹은 남한 내 공산주의 세력 약화를 위해 과거 좌익에 몸 담았다가 전향한 사람들을 가입시켜 만든 단체다. 한관호 연구위원은 "국민보도연맹 학살사건으로 전국적으로 좌익계 지식인을 비롯해 당국의 무리한 가입 절차로 수많은 무고한 이들이 학살당했다"며 "현재 보도연맹 학살사건으로 인한 사망자는 공식 확인된 수만 4934명이며 추산 사망자 수는 최소 20만 명, 남해에서도 희생자 규모를 70~80명 정도로 추산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올해 국회 본회의에서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 활동을 재개하는 법률안을 통과시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재가동되고 남해보도연명 희생자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의 길이 열렸다"며 "이를 위해 남해보도연맹 유족회 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동규 고려대 명예교수가 토론을 진행했다.
 남해 향토사 관련 학술포럼은 지난해 남해문화원 향토사연구소에서 처음 시작됐다. 제1회 때는 남해읍성과 봉황 스토리텔링, 일제강점기 검사 출신 정재환 친일 논란 등 지역의 역사적 주제들을 연구 발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번 2회 학술포럼도 남해 향토사의 미개척 분야이자 앞으로의 주요 과제인 고려사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특히 한관호 연구위원의 남해보도연맹 학살사건의 실상과 과거사 정리, 피해자 명예회복 촉구에 관한 주제발표는 남해에서 최초로 이뤄지는 것으로 의미가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행사로 진행돼 종합토론 등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점 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지역 향토사가들의 지역사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하고 발표와 토론의 장을 마련해온 남해문화원 향토사연구소의 노력과 성과에 박수를 보낼 만하다. 앞으로의 남해문화원 향토사연구소의 지역사 연구활동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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