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재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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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재미없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12.07 15:09
  • 호수 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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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어릴 때 이용했던 부산 보수동 책골목 부근 대중목욕탕 보수탕은 1층은 여탕, 2층은 남탕이었는데 당시는 주말이면 손님이 많아 옷을 바구니에 벗어두고 목욕을 하곤 했다. 지금은 누구나 매일 샤워하고 속옷을 갈아입지만, 그때는 갈아입지 못해 누런 속옷이 부끄러워 바지와 함께 속옷을 벗는 이들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어느 주말 여느 때처럼 목욕탕에서 물놀이를 하고 때를 밀고 나오니 친구들이 골목에서 공놀이하고 있었다. 배고픔도 잊고 놀고 있는데 갑자기 여탕에서 비명과 함께 여자들이 뛰어나왔다. 옷을 입은 분도 있지만 많은 분이 나체로 골목으로 뛰어나와 아비규환이었고 그중 한두 분은 피도 흘리고 있었다. 너무 놀라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동네 주민들이 뛰어나와 이불과 옷으로 그분들을 감싸고 얼마 후 구급차가 도착해 응급조치하며 이송했다.
난생처음 겪어본 일이기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어머니 가게로 뛰어 가보니 벌써 많은 분이 모여 있었고 목욕탕에서 손님을 너무 많이 받아 1층 천장이 무너져 2층 남자들이 여탕에 떨어졌다며 수군대고 있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무사한 걸 아시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셨는데 남탕에서 여탕으로 남자들이 떨어졌다는 소문은 상당히 오랫동안 주변에 돌았다. 사실 여탕 천장 타일이 몇 장 떨어져 할머니가 맞아 피를 흘렸고 목욕하던 분들이 놀라 일어난 소동일 뿐인데도 진실은 재미없다는 이유로 뒷전에 있고 여자 위로 남자들이 떨어졌다는 소문은 쉬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가십거리 뜬소문들이 만들어지고 흥미롭다는 이유만으로 진실 여부와는 관계없이 퍼져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가십거리는 누군가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남기기도 하는데 언제든 우리가 희생자가 될 수 있음을 상기해 언행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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