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게 따뜻한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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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에게 따뜻한 관심을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12.15 15:53
  • 호수 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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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의 남해일기

청년이던 아빠가 세상과 작별한 후에 49제를 끝내고, 엄마는 청소근로자 일을 택했다. `농사지어봐야 농기계 운전이 안 되니 골병만 들 것 같고, 가방끈 짧고, 빽도 없이 오로지 맨몸으로는 그나마 월급을 따박따박 받을 수 있는 월급쟁이가 낫다`라는 판단에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지금도 말씀하신다.
몇 년 뒤 나도 엄마따라 취직을 하게 되었는데,엄마는 아침마다 일찍 가서 사무실 탁자에 신문 얹어놓고,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고, 걸레 씻어 책상을 닦으라고 말씀하셨다. 업무보고 하는 방법, 결재라인을 고치는 방법, 동향을 파악하는 방법보다 더 큰 자산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를 일찍 움직이게 해서 신문을 보며 정보를 얻게 하셨다. 요즘에야 인터넷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때는 느리게 가는 세상이었다. 우리들이 하나 둘 취직을 하고, 결혼적령기에 이르는 동안 엄마도 정년을 맞이했다.
퇴직 후 쉴 새도 없이 엄마는 어느새 화방복지원에 취직을 하고 독거노인 돌보미가 되셨다. 혼자 사는 어르신들에게 전화안부와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직접 방문해서 얼굴을 확인하고 이야기도 나누신다. 다녀올 때마다 방문일지를 작성하는데 어깨너머로 슬쩍 보면 그 내용이 아주 디테일하다. **어르신 이웃집에 놀러 가심, @@어르신 마실 가심, **어르신 읍내 물리치료 가심, ##어르신 밭에 시금치하러 가심, **어르신 경로당에 놀러가서 경로당에 가서 만남, **어르신 집 마루에 앉아 햇볕 쏘임, $$어르신 집에 계심.
웃긴 건, 마실이나 경로당이나 밭이나 집을 나간 분들은 할머니가 주를 이루고, 집에서 햇볕을 쏘이거나 소일하시는 분은 할아버지들이 주를 이룬다는 사실이었다. 전날 방문을 한다는 전화를 드리고, 몇시 차를 타고 간다는 전갈을 넣었음에도 할머니들은 다시 전화통화로 행방을 묻고, 할아버지들은 제시간에 집에 계신다는 이야기였다. 요구르트나 두유 같은 음료 배달도 있었는데, 주말이 되면 엄마랑 배달을 같이 갔다. 산 몰랑에 살던 할머니는 두유 하나도 아껴서 도시에 사는 손주들에게 택배로 보냈다. 도시에서는 더 쉽게 구할 수 있는데 할머니는 두유에 할머니의 사랑을 담아 보냈는지도 모르겠다. 할머니의 깊은 뜻을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어느 해 겨울에는 달랑거리는 두유 봉다리를 들고 어느 할머니집을 방문했는데, 기름값을 아끼고자 할머니가 누울 공간에만 전기장판을 깔고, 바닥부터 천장까지는 비닐로 막아 바람을 피하고 있었다. 엄마도 검소와 절약에 무척 신경쓰고 사셨지만, 그에 위배되었던 충격적인 모습에 눈물이 핑 돌았다.
설날과 추석에는 제수용품이 갖추갖추 담겨진 바구니를 갖다 드리고, 연말이면 이불이나 내복같은 생활물품을 배달해드리기도 했다. 어르신들은 받은 물품에 대한 감사는 물론이고, 사람이 찾아오니 너무 반가워서 손을 잡고 놓지 않으려던 때도 있었고, 받은 물품을 도로 나눠주려고 하셔서 손사레치며 도망치듯 나오던 때도 있었다.
엄마가 전하는 우스갯소리 하나, **할머니 집에 갔는데, 할머니가 아이구 어젯밤에 우리 영감이 가삣네. 해서 **어무이가 혼자 사는데 무슨 영감이 있었단 말인고. 하니 어제밤에 텔레비전이 고장 나삣네. 밥 안차려줘도 되고, 잔소리 하지 않는 텔레비전 영감이 고장 나서 밤새 외로웠다고. 요샛말로 할머니 유머감각 정말 쩐다.
코로나가 다시 창궐해대니 모두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사랑의 열매나 모금온도계가 쑥쑥 올라가 모두 함께 잘 이겨내는 따뜻한 겨울을 보냈으면 좋겠다.

※새마을단체의 반찬과 김장봉사 등, 자원봉사단체의 집 수리, 불우시설 방문.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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