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먼저 백팔 계단
주춧돌을 놓았을까
쌀 한 섬 보석 알이
방울방울 맺힐 쯤에
앞 바다 물빛에 젖어
눈시울도 적셨을까.
겨울 넘긴 풋보리며
마늘잎이 고울 적에
유채꽃 꽃 그림자
해면에 깔아 놓고
나른한 다랑이 논은
차곡차곡 잠 든다.
미륵불* 그 전설을
설흘산*에 물어볼까
암수바위 그 이치를
육조문*에 걸어 볼까
아마도 백팔번뇌쯤
그 계단이 아닐까.
*미륵불 : 2005년 명승 15호로 지정된 국가지정문화재 다랑이마을에서 언제부터 이 미륵불을 모셨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미륵이 발견된 것은 영조27년(1751년)이라고 전해진다. 당시 이 고을 현령인 조광진의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나서 말하기를 "내가 가천에 묻혀있는데, 소와 말의 통행이 잦아 일신이 불편하여 견디기 어렵다. 나를 일으켜주면 필시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고 했다. 현령이 가천에 가보니 과연 꿈에서 본 지세와 꼭 같았으며 노인이 가르쳐 준 자리를 파보니 지금의 미륵불(일명 암수바위)이 나왔다는 것이다. 경상남도 민속자료 제13호. 숫바위를 숫미륵, 암바위를 암미륵이라 부르고, 합하여 미륵불이라 일컫고 있다.
*설흘산과 육조문 : 설흘산은 이 마을 뒷산으로 지금도 흔적이 남아있는 봉수대에 서면 깊숙하게 파고든 앵강만이 한 눈에 들어오고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인 노도가 아늑하게 내려다보인다. 육조문은 설흘산과 응봉산의 정기를 받고 서쪽으로 여섯 부처님이 탄신하여 승천하였다는 전설을 지니고 있다.
- 詩作노트 -
설흘산(490m)의 서쪽으로 솟아 있는 매봉(472.7m)을 따로 응봉산(鷹峰山)이라 부릅니다. 육조문도 응봉산 아래쪽으로 솟아 있습니다.
이 응봉산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광이 좋아 수많은 등산객이 찾아오는 곳입니다. 하지만 표지석이 없어 등산객 누군가가 바위 위에 매직으로 매봉산이라고 써놓았는데 남해향우회 다음 카페(카페지기:오행순) 회원들이 성금을 모으고 남해산악회와 협력하여 2018년 3월 15일 시산제를 올리고 표지석을 세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