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선물하는 놀이터 `보물섬 아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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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선물하는 놀이터 `보물섬 아이나라`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12.28 14:43
  • 호수 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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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의 남해일기

아이 둘을 키울 때 남해읍 남산공원 아래에 있는 `보물섬 아이나라`에 거의 주말마다 갔다. 봄가을엔 놀기 좋은 날씨라 읍내 아이들이 다 모이는 듯 놀이터가 북적북적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고요하던 놀이터를 깨웠다. 여름에는 정오의 햇빛에 뺑글뺑글 도는 놀이기구나 미끄럼틀의 손잡이는 달굴대로 달궈져 뜨거워도 아이들은 슝슝 잘도 탔다.
집채만 한 덩치를 한 놀이터는 정글짐과 미끄럼틀, 클라이밍이 같이 되어있는 한때 유행하던 시설물이었다. 잡으러 가고 잡히고, 아이들이 즐거운 동안 엄마들의 잠깐 휴식에 고마운 공간이었다. 내가 놀이터를 처음 안 것은 유치원에 입학한 일곱 살 때다. 유치원 마당 한 켠에 그네와 미끄럼틀, 시소가 있었다. 그네는 공급보다 수요가 월등히 높아 쉬는 시간이면 그네를 먼저 차지하려고 신발 뒤축도 끼기 전에 놀이터로 달려나갔다.
어릴 적엔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놀러 간 기억은 별로 없다. 봄이면 산에서 진달래를 따고, 아카시아가 한창인 여름엔 냇고랑에서 물놀이를 하고 가위바위보로 아카시아 이파리따기를 했다. 가을이면 열매가 결실을 맺는 계절이라 단감을 따고, 겨울이면 아빠가 만들어준 나무썰매를 끌고 얼음이 낀 무논으로 나가 사촌들과 썰매를 탔다.
그 중 어떤 놀이보다 재미있었던 건 비닐 비료포대로 떼가 마른 묏등 위에서 미끄럼타던 놀이였다. 지금 생각하면 무연분묘로 늘 외로이 있는 묘소였는데 남의 조상묘에 큰 실례를 저지른 것이었다. 그때 그걸 알 리 없는 우리는 묏등과 묏등 사이를 오가며 술래잡기하는 최고의 놀이터였다. 사내아이들은 가까운 산에서 나무막대를 쪄와 자치기를 했다. 기다란 막대기 하나를 준비하고 작은 토막의 끝에 엇비슷 조각을 내고 막대기로 날려서 수비가 받으면 지고, 못 받으면 떨어진 곳에서 수비가 막대기 있는 곳까지 던진다. 막대기를 맞치면 공격수가 지고, 막대기에 다다르지 못하면 막대기로 툭 쳐서 있는 힘껏 날려 보내 멀리 보낸 팀이 이기는 놀이였다. 여자아이들은 잔돌을 골라 주워 와서 공기놀이를 했다. 돈 되는 것도 아닌데 손가락이 까지도록 하나라도 더 잡으려 경쟁심이 발동하는 놀이였다. 숨바꼭질은 너나없이 모두 함께 온 동네를 구역으로 정해 숨기와 찾기를 했다. 마을회관 앞 공터에서 가까운 집의 헛간에 숨기도 하고, 마을회관 앞 큰 나무 뒤에도 작은 몸을 웅크리고 앉았다.
동네 앞 논의 언덕아래 엎드리면 정말 찾기 어려운 비밀장소였지만 자꾸 숨다보니 맨 먼저 걸리는 장소이기도 했다. 그중 어떤 아이는 자기 집에 숨어들었다가 술래가 오래도록 참지 못하자 잠이 들어 끝내 찾지 못한 일화도 있었다. 골목, 골목에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발자국 소리가 울리던 시절이었다.
코로나로 이웃과의 소통은 물론, 가족모임이나 친구들도 만나기 힘든 시절이 되었다. 곧 보물섬 아이나라 놀이터가 개장된다는 기쁜 소식이 들린다. 아이들은 자연과 함께 할 색다른 놀이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엄마 아빠에게는 육아조력자로 함께 할 자연놀이터가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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