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 남단 가천에 가면(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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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 남단 가천에 가면(6)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12.28 15:05
  • 호수 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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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삶 69 │ 碧松 감충효
碧松 감충효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충효시인 / 칼럼니스트

설흘산 담벼락에 
혈서처럼 걸린 시편

백팔 계단 행간마다
고운 넋들 잠이 들고

다랑이 갈피갈피에
마늘잎도 푸르더라.

비오면 비에 젖어
눈 오면 눈에 젖어

까만 돌 망부가로
꺼이꺼이 울던 밤에

앞 바다 물비늘 타고
푸른 넋이 돌아온다.

죽비 훑는 그 소리도
처연히 내린 밤에

미륵불 솟은 마을
호롱불에 무거운 건

육조문 흘러온 얘기
백팔 번뇌 그쯤일까.


- 詩作노트 -
가천의 극심한 경사면 산록은 땅에다 농사를 지어 먹고 살아가는 농경민으로서는 아주 척박한 환경이었습니다. 더구나 수평의 땅에다 물을 가둬야 지을 수 있는 벼농사는 아예 생각을 말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그들의 아버지의 아버지 또 그 위의 할아버지 선조 대대로의 연대가 써 내려온 인간사 생명의 원천인 먹거리 마련에 대한 절박한 상황을 스스로 타개하며 백팔 계단 다랑이 논으로 자리 잡은 흙의 문화를 창조했습니다. 거기에 불교의 육조문 이야기와 미륵의 전설까지 지니고 있는데다 잉태와 출산의 이치를 담은 음석과 양석을 고루 갖추며 신선한 해학까지를 후세에 남기고 있으니 내 고향의 남쪽 가천마을을 어찌 필자의 가슴에 깊이 품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필자는 푸른 파도 넘실대는 가천마을 벼랑 끝에서 하늘로 치솟아 오른 백팔 계단 다랑이 논의 처연하고 장엄한 형상을 올려다보며 한 편의 장편 서사시를 떠올려 봤습니다.
행간마다 고여 흐르는 땀방울이 한 층 한 층 번져갈 때마다 하늘에 걸린 그 환희의 땅을 밟은 사람들은 북받치는 기쁨에 덩실 춤을 추다가 밤에는 잠도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뒷산 설흘산 봉수대는 호국의 횃불과 연기가 피어오르던 곳입니다. 남해안 전 조망을 가진 천혜의 이 봉우리에서 가천 앞바다를 내려다보니 수심 32m48㎝ 지점에 벌로 뒤덮여 온전히 보전된 거북선이 있다고 주장한 무량암 범신(汎信) 주지 스님의 호국불심과 천안통(天眼通)에 감응한 거북선의 모습이 어른거리며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범신 스님은 천안통으로 세계 미스터리로 손꼽히며 아직 흔적조차 찾지 못한 칭기즈칸의 무덤 위치를 언질해 몽골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창녕 우포늪에서는 5천 년 전의 원형에 가까운 목선을 찾은 바 있고 노르웨이에서는 2~3천 년 전에 바이킹들이 탄 배도 찾아내었습니다. 가천은 묻혀 있는 미륵불도 땅으로 솟아오르게 한 영험을 지닌 마을입니다.
불과 400여 년 전의 거북선인데다 현대 첨단 장비를 동원해서 세계 최초 철갑선인 거북선의 미스터리를 우리 고향에서 풀어 보기를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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