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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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12.31 12:00
  • 호수 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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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한해보다도 힘들었던 한해로 기억될 2020년의 마지막날을 보낸다. 유래없는 바이러스에 걱정을 한 짐 안고 아침을 시작하다 무사한 하루를 보내고 나면 안심과 감사의 마음이 드는 나날의 연속이다.

 아침이면 보물섬 쌀밥으로 든든함을 채우고, 눈을 감고도 찾아갈 수 있는 사무실은 어쩌면 애증의 관계였는지도 모르겠다. 코로나가 잠식시킨 생활터전은 당연하던 자유를 강제하게 만들었다. 종교의 자유도, 여행의 자유도 당분간 반납하고, 깃털처럼 가벼운 마스크에 의지해 온 올해로 기억된다. 

 올해 초, 아이들의 겨울방학에 맞춰 따뜻한 나라로 여행을 다녀왔다. 어린 아이들에게 지구촌의 여러 기후를 겪게 해보자는 큰 뜻이 있었으나 이렇게 외국으로 향하는 하늘길이 오래 막힐 줄 몰라 그때의 여행이 정말 신의 한수라는 생각도 든다. 오래된 사진을 꺼내보며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학교도 잠깐멈춤에 돌입하여 친구들과 함께 하는 협동놀이나 운동회는 취소되고, 띄엄띄엄 등교하고, 온라인으로 수업하고 보니 대한민국이 IT강국이라는 걸 한 번 더 실감나게 했다. 

 코로나19가 끝난다고 해도 아이들은 매일 등교하기를 바꿔 온라인학습을 선호하지 않을까 싶게 적응의 귀재들이 되었다.

 매주 종교시설에 들러 집합금지를 자제하는 협조를 구하고, 버스터미널에서 심야에 도착하는 버스에 몸을 실은 탑승객들의 열체크를 하는 비상근무도 했다. 내가 가진 자유 중 가장 재미있게 누리는 이동의 자유를 당분간 반납했다. 외지로 나가는 여행은 뒤로 미루고, 남해에서 즐길 수 있는 스포츠파크, 이순신순국공원, 남산공원을 주로 이용했다. 되도록이면 사람이 모이는 실내시설은 피하고, 집안행사인 제사나 명절, 생일도 간소화하고 마음을 전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아이들마저도 이열치열, 이한치한을 즐겼고, 두발자전거를 능숙하게 혼자 타게 되었으며, 전동휠로 균형을 잡고 스마트 모빌리티의 첫 단계를 익혔다.

 얼마 전 끝난 남해 출신의 가수 나상도 씨의 트로트 경연대회를 가족들과 응원하는데,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놀라며 하는 말이 "저 사람들 왜 마스크 안 썼어요?" 생각지도 못한 물음에 나는 "방송국에는 방역하고 개인소독 까다롭게 하고, 방송 끝나면 바로 마스크부터 쓴다"고 말해줬다.

 아이들은 등교할 때 책가방보다 마스크를 먼저 챙긴다. 선생님과 친구의 얼굴은 눈만 생각날 것 같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 사람을 못 알아보고 인사를 놓치는 실수도 많이 했다. 그래도 마스크를 쓰고, 손씻기를 잘한 덕분에 우리집 식구들은 치과를 제외하고는 감기 한 번 않지 않은 한해로 기억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상복도 있었고, 힘든 업무도 즐겁게 해 왔으며, 취미로 한 글쓰기도 더 재미나게 해 온 한해다.

 특별히 내가 몸담고있는 회사의 선후배님들께 고마움과 응원을 전한다. 직장생활을 병행하다 보니 아내로, 엄마로 최고점은 받지 못할 2020년이다. 모두 힘든 한해였다. 매년 가족들과 요란하게 구경하던 일몰과 일출을 조용히 온라인으로 즐길 예정이다.

 올해의 어려웠던 한해를 기억하고 교훈삼아 내년에는 신축년 흰소의 해를 맞아 순백 위에 계획하고, 희망하는 일을 멋지게 설계하고, 완벽하게 이루어내는 시간이 쌓이길 바란다. 위기라고 포기하지않고 기회로 삼는 일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남해인의 위상이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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