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더 웃고, 더 행복하고, 더 건강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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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더 웃고, 더 행복하고, 더 건강하길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1.07 11:41
  • 호수 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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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은 `마스크의 해`로 기억되어, 쥐의 해였다는 건 올해가 흰 소의 해라는 걸 알고 불현듯 다시 생각해냈다. 새해가 되면 전년도에 못 이룬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올해는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계획세우기로 시작한다. 새해엔 냉정하다, 다부지다, 거창하다로 채우는 시간이다. 

 남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각오는 금연, 여자들이 제일 자주 하는 다짐은 다이어트라고 한다. 금연과 다이어트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독하다는 것. 담배를 끊기도, 살을 빼는 것도 아주  어려워서 그것들을 성공한 사람과는 상종말라던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어릴 적에는 크리스마스 즈음에서 앞, 뒤 며칠사이로 겨울방학이 시작되었다. 방학은 여름이든 겨울이든 우리들에게 더 길게 놀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가 겨울방학식을 하고, 숙제목록을 챙기고, 방학생활을 받아오는 동안 마음이 더 바쁜 두 분이 계셨다. 아빠는 나무판을 못으로 연결하고, 철사를 갖다 대어 눈썰매로 변화시키고, 나무막대기 두 개에는 못을 하나씩 박아 썰매손잡이를 만들고, 연만들기를 위해 뒷산에서 대나무를 쪄오셨다. 

 엄마는 광에서 쌀을 꺼내 옆동네 떡집에서 흰절편을 시키고, 흰떡을 뽑아 떡가래부터 만들어 겨울방학 준비를 했다. 마을부녀회에서 운영하는 구판장이 하나 있긴 했지만 간식종류도 많지 않았고, 아빠의 적은 벌이로 돌도 소화시킬 위대한 우리 속을 충분히 채우기는 힘들었다. 엄마가 궁여지책으로 생각한 것이 떡구이와 떡국이었다. 떡구이는 후라이팬과 식용유가, 떡국은 깐새우와 대파, 계란만 준비해놓으면 되었다. 떡은 밥대용으로도 좋아 배곯지 않던 겨울이었다. 우리집 요리사는 언니와 막내 남동생이었다. 나는 대파 껍질을 까거나 떡국떡을 가져다주거나, 국간장을 따라주거나 하면서 떡국 한그릇 먹을 기회를 노렸다. 

 그때 막내남동생이 초등학생이었는데, 떡국을 엄마만큼 잘 끓였다. 마지막엔 김까지 올려서 `보기도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설을 확실히 믿게 해주었다. 집으로 친구들을 가장 많이 불러온 이도 막내동생이었다. 남동생이 끓인 떡국맛을 보고 점심때가 되면 밥상도 없이 기다란 마루청에 걸터앉아 먹는 모습도 장관이었다. 언니는 밀가루 반죽을 기가 막히게 잘했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언니는 밀가루를 찾고 뒤란에서 찾은 감자와 양파, 냉장고에서 찾아낸 자투리 당근이나 호박을 넣고 맛있는 칼국수나 수제비를 짠하고 만들어냈다. 나와 내아래 남동생도 무언가를 해야 했다. 그때 나는 호기롭게 고구마튀김에 도전했다. 양념이 되어있는 튀김가루를 물반죽만 해서 고구마를 퐁당 담가서 끓는 기름솥에 넣고 캐러멜색이 되면 건져주면 되었다. 뜨거운 튀김을 호호불며 입천장이 까지도록 먹어도 달콤한 시간인 맛있는 겨울이었다. 

 올해는 신축년이라고 하니 무언가를 계획하고, 잘 지켜가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고 나의 각오를 밝힌다.

 첫째, 작년보다 책을 더 많이 읽어야겠다. 둘째, 주변 사람들의 좋은 점을 발견하면 칭찬을 해 줄 것이다. 셋째,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품 분리배출에 적극 나설 것이다. 넷째, 조금씩 더 걸어 체중감량에 도전할 것이다. 다섯째, 어떤 일이 주어지든 기꺼이 즐겁게 할 것이다. 거창하게 계획하기만 하고 허울뿐이던 과거는 묻고, 올해의 각오는 거품을 뺐다. 

 그래서 더 귀하고, 더 어려운 일이다. 코로나19밖에 기억나지 않는 2020년은 아웃시키고, 2021년은 더 웃고, 더 행복하고, 더 건강하길 바란다.

 쥐의 해 안녕~. 소의 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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