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를 사랑한다는 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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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를 사랑한다는 핑계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1.22 14:25
  • 호수 7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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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의 남해일기

요즘은 시골에 산다고 사투리를 사용하는 아이들을 만나보기 드물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니 자연스레 텔레비전과 유튜브와 친하고, 교과서적인 표준말을 사용하는 선생님과 도시에서 살던 친구가 전학을 오니 자연스레 서울말 흉내를 낸다.
나는 사투리를 별로 사용하지 않는 줄 알았지만, 언니의 표현을 빌리자면 남해에서 사는 것이 무슨 벼슬인 양 사투리가 속사포처럼 나온단다. 남해사람은 남해표준말을 써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지금은 종방된 예능프로그램에서 경남출신 희극인의 "서울말은 끝만 올리면 돼, 궁디를 확 주 차삐까"는 내가 한 말처럼 기 살게 했다. 방언은 시골스러움을 품고 있지만, 나는 우리지역의 언어를 잘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가졌다. 그래서, 일부러 사용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어릴 때는 사투리하면 `갈비`가 적잖이 회자되었다. 윗마을에 서울며느리가 시집온 날, 시골 시가에서 아궁이 군불을 지펴 가마솥에 밥을 안쳐야 했지. 정짓간을 서성이는 며느리에게 시어머니는 뒤란에서 갈비를 갖고 와서 식구들 밥 먹을 준비를 하라셨지만, 며느리는 시어머니 손가락 방향을 따라 아무리 찾아도 갈비가 있나.
부섞에 불도 못 살리고 있는 며느리에서 산에서 긁어다 놓은 솔잎을 가리키며 "아가, 이기 갈비 아이가" 하니 서울며느리가 "어머니, 이게 낙엽이지요. 어떻게 갈비예요" 하더라는. 서울사람은 어리둥절하고, 남해사람은 하얀 이를 드러내고 실컷 웃을 실화다.
나는 어른들이 다배 신고 학교 갈 준비를 해라면 양말을 신으며 등교준비를 하고, 짐치 가닥이 길다고 가시개질을 해라면 가위를 손가락에 끼우고 김치를 잘랐다. 한여름에는 산딸기를 따러 나선 길에 대맹이를 조심하라면, 저수지 둥천에 또아리를 틀고 있던 뱀을 피해 다녔다. 한겨울의 바람이 매서워 엄마가 도꾸리를 챙겨주면 그 따뜻함이 생각나 내 아이들에게도 털 스웨터를 챙겨 입히곤 한다.
교육이나 워크숍, 여러 지역의 다양한 사람이 모일 땐 말을 아끼는 편이다. 거짓말 좀 보태서 일본사람이 귀화한 줄 안다. 고객센터에 문의사항이나 보험사에 차량 관련 신고 접수할 때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통화를 해야 한다. 신경 쓰지 않으면, 네? 고객님, 한 번 더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라든가, 강원도의 어디쯤에 위치한 영업소에서 출동접수 전화가 걸려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우리 남해는 우~리 하게 무르팍이 아파서 깨미쪽기를 하는 할머니와 쇳대를 찾는 엄마, 혓바늘이 돋아 밥 먹기 힘든 사춘기 딸이 살고 있다. 90년대 생의 내 직장동료는 알아듣기 힘든 사투리는 당당하게 묻고, 70년대 생인 나는 남해표준말을 의기양양하게 설명해준다.
하루를 그냥 넘기지 않는 매일의 짧은 책읽기와 표준말로 적힌 신문구독으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나의 사투리 사용은 남해를 향한 애향심이 결코 마르지 않는 옹달샘처럼 퐁퐁 샘 솟는다는 핑계로 대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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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오 2021-01-30 22:48:43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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