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贖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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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贖罪)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1.22 14:36
  • 호수 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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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삶 73 │ 碧松 감충효
碧松  감  충  효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죄라면 죄인 거다
밟아 뭉갠 그 죄 크다

노송의 상처 보며
세상판도 그려 본다

할퀴고
무너뜨린 죄
제 발등을 찍는다.

죄라면 죄다.

 


| 詩作 노트 | 

사람이 밟아서 뭉개고 휩쓰는 바람에 흙이 패이고 흙 속에 묻혀 있어야 할 나무의 뿌리는 바깥으로 노출되고 다시 짓밟혀 만신창이가 된 채 보기에도 처참한 모습을 많이 본다. 필자는 여러 사람에 휩싸여 아무 생각 없이 쿵쾅거리며 내 건강만을 위한 이기주의 산행을 일삼던 젊은 날을 반추해보며 요새는 속죄의 시간을 갖는다. 적어도 내가 무너뜨린 만큼은 다시 쌓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오래전 수락산 북쪽 자락을 올랐을 때다.
급경사의 험한 등산로에 들어 위만 쳐다보고 급피치를 올리는데 공제선상에 노송 한그루의 처참한 모습이 보인다. 푸른 하늘에 떠 있는 거미줄 같은 소나무 뿌리의 앙상함이 측은하기 짝이 없다. 땅에 묻혀서 나무의 몸통을 지탱하고 수분과 영양분을 빨아 올려야 할 뿌리가 저 모양이니 쓰러지거나 고사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가던 길을 멈추고 주변의 돌을 모아 담을 쌓고 주변의 썩은 낙엽과 흙을 모아 넣어본다. 어림없다. 뿌리 사이의 공간이 너무 깊고 넓은데다 담 쌓을 돌도 한정적이다. 시간이 많이 흘러 해도 서산에 지기 시작해서 정상 오르기는 포기하고 하산을 서둘렀다.
다음 날 어제의 그 노송아래 배낭을 내려놓는다. 배낭에 넣어온 포대를 꺼내어 나무뿌리가 없는 곳으로 가서 흙을 야전삽으로 퍼 담는다. 그리고 앙상히 드러난 뿌리를 감싸 흙의 유실을 막아줄 큰 돌부터 주변을 돌아다니며 모아본다. 돌이 귀한 산이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천신만고 끝에 구해온 큰 돌로 담을 쌓고 앙상한 나무뿌리 사이에는 마사와 부엽토를 섞어서 채우고 그 바깥에는 흙 포대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5살짜리 손자 녀석도 신나게 손 삽으로 흙을 파서 포대에 넣어 나르며 할아버지를 돕는다. 하지만 이런다고 이 노송이 안전할 리 없다. 얼마간 견딜지 모르지만 자꾸 밟아 무너뜨리면 얼마나 견디겠는가?
세상일이 모두 그렇다. 쌓은 자가 있는가 하면 무너뜨리는 자 따로 있다. 천신만고 끝에 고이고이 쌓은 것도 할퀴고 밟아 뭉개어 무너뜨리기는 일순간이다. 어릴 적 친구들과 냇가의 모래밭에 각자의 모래성을 정성들여 쌓아갈 때 천방지축 돌아다니며 발로 뭉개어 버리는 그런 아이가 있었는데 커서도 그런 방향으로 살다가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주더니 좋지 않게 생을 마감하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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