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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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1.28 11:30
  • 호수 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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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삶 74 │ 碧松 감충효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시멘트 콘크리트 벽돌 상자 탈출 이후 
짚 썰어 섞어 바른 자유거풍 흙벽에서
오감이 울타리 밖에 천리 길을 내닫다. 
 
잊었던 뒤안길에 할머니 헛기침은
함지박 담아 오실 무화과며 수밀도며 
단감의 먹거리 오는 내 유년의 자장가.
 
아토피가 달라붙은 도회고층 아이들이
솔바람 잣나무 숲 너도 나도 찾아들어
황토길 삼림욕으로 난치의 병 지운다.
 
열어라 우리 삶이 갇혀서는 막히는 법
억지로 품어내는 막힌 공간 냉기류로
혈류도 신경마디도 냉방병에 멍 든다.    
 
이런 저런 까닭으로 도회로 몰렸으나
찬찬히 생각하면  내 살 곳 멀지 않다
버리고 떠난 시골집 하루 밤만 지내보라.
 
 | 詩作 노트 | 
 지난여름 갑자기 향수병이 도져 고향마을로 느닷없이 달려간 일이 있습니다. 서울 올라올 때 팔았던 시골집~ 그때 그냥 두고 올 걸 그랬습니다. 

 동네 친척들의 말에 의하면 이제 은퇴했으니 고향에 내려와 빈집 하나 있으니 그냥 들어와서 살라고 합니다. 주변에 논밭도 묵히는 바람에 그냥 풀만 무성했습니다. 

 고향 선배님과 함께 찾아간 고향마을의 친척집에서 하룻밤을 지냈습니다. 사촌 형제들과 뛰어놀면서 같이 공부하던 대청마루가 그리 정다울 수 없었고 종조할머니께서 뒤뜰에서 따주시던 무화과, 석류, 단감, 복숭아가 여름날 뜨거운 햇빛으로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마침 비가 며칠 내려 습기가 차고 비워둔 방이라 좀 눅눅해서 쌓여 있는 장작으로 온돌을 좀 달구었더니 그날 밤 온 몸이 호강을 했습니다. 오리지널 황토를 바른 방바닥과 벽과 천장의 황토에서 내뿜는 고소한 흙냄새가 가마솥의 강냉이 삶는 냄새, 호박잎 데쳐진 향기와 어울려 흘러간 오랜 세월을 그침 없이 불러냈습니다. 뒤뜰 대숲바람과 뒷동산 솔바람을 맞으며 동족상잔 6.25전쟁에서 살아남으려 땅굴을 팠던 마을 뒷산 당산에도 올라봅니다. 할아버지 4형제께서 힘을 합해 4개의 땅굴을 팠는데 필자도 어릴 때 가족들의 보호아래 이곳에서 기총소사와 폭격을 피했다고 할머님께서 들려주셨습니다. 굴은 U자형으로 벽의 군데군데 숨을 공간을 마련했던 조상님들의 은혜에 감사하며 바깥으로 나와 강진바다에 펼쳐진 물새 떼의 장관을 봅니다.

 얼마 전 제1회 보물섬 남해 한국철새박람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전국조류관련 단체 및 전문가를 초청한 1박2일 팸 투어 행사의 초청을 받고 서울의 지인 2명과 함께 팸 투어의 일정을 소화하고 별도로 고향 산천을 둘러 본 일이 있었는데 요즘 그 두 분이 도회 생활을 청산하고 남해에 가서 같이 살자고 하십니다. 만일 내려와서 살 곳을 마련한다면 이곳이 좋을 것 같습니다. 6촌 형님이 관리하고 계시는 이곳이 경치가 아주 좋아 펜션을 짓겠다는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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