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속보장치·방화문·신속한 대응이 `참사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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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속보장치·방화문·신속한 대응이 `참사 막았다`
  • 한중봉 기자
  • 승인 2021.02.04 10:08
  • 호수 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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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병원 1일 새벽 지하 1층 창고에서 화재 발생
검은 연기 병원 뒤덮어… 환자·직원 105명 긴급 대피
소방관 신속 출동, 병원 직원, 공무원 나서 대피 도와
13명 연기 흡입했으나 인명피해 없이 4시간 만에 진화
군민들 "다중이용시설 전기·소방 시설 점검 강화해야"
지난 1일 새벽 1시 45분 남해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환자와 직원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발생했다.
지난 1일 새벽 1시 45분 남해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환자와 직원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발생했다.

 지난 1일 새벽 1시 45분 4층짜리 남해병원 건물 지하 1층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4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이번 화재로 병원에 있던 환자 88명과 의료진 17명 등 105명이 긴급 대피했고 지난 1일 기준 환자 45명(직원 1명 포함)이 삼천포 서울병원, 삼천포 제일병원, 진주한일병원, 경상대병원, 진주제일병원, 진주고려병원, 광양사랑병원, 여수전남병원, 여수제일병원, 성가롤로병원, 새하동병원 등으로 이송됐다. 대피를 지휘한 병원 직원 A씨가 연기를 과다 흡입해 치료를 받았으나 나머지 직원과 환자는 경미할 정도의 연기를 흡입했다. 나머지 환자 44명은 남해요양병원으로 이송되거나 퇴원했다.
 

불길 창고에서 번지지 않아 다행
 소방당국은 전기실과 식당 등이 있는 병원 건물 지하 1층 비품 창고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남해병원 화재는 1일 새벽 1시 45분쯤 발생했으며 불이 나자 5분 간격으로 비상벨이 두 번 울렸고 병원 직원이 119에 신고했다. 화재신고를 받은 남해소방서는 2시 4분 현장에 도착했으며, 화재의 심각성을 인지한 소방당국은 2시 6분 남해소방서 전 직원을 동원한 대응 1단계를 발령했으며, 2시 16분 경남과 전남 소방당국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현장에는 소방인력 168명, 지원인력 100명과 소방차 37대가 동원돼 약 1시간 만에 불길을 잡고, 4시간여 만에 화재를 완전 진화했다. 
 

소방관들이 연기를 빼내기 위해 창문을 깨트린 모습이다.
소방관들이 연기를 빼내기 위해 창문을 깨트린 모습이다.

방화문 있어 피해 적어
 이번 남해병원 화재는 화재를 감지한 화재속보장치와 방화문이 정상 작동돼 연기가 다른 층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걸 막았기 때문에 피해가 적었다는 것이 소방당국의 분석이다.

 남해병원은 본관과 신관(응급실 쪽 건물) 사이에 철재 방화문이 설치돼 있어 대부분의 환자들과 직원들은 신관을 통해 대피할 수 있었다. 만약 방화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 88명의 환자를 빠른 시간 내에 대피시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김성수 남해소방서장은 화재 당일 현장에서 "지하 1층부터 4층까지의 방화문이 정상 작동돼 연기가 위층으로 확대되지 않았고 그것 때문에 인명대피도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화재 당시 입원실 모습.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화재 당시 입원실 모습.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빠르고 침착한 대처 참사 막아
 소방당국과 병원 직원 등의 말을 종합하면, 화재속보장치가 작동함에 따라 화재를 감지한 직원들이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승강기를 통해 연기가 심하지 않은 신관 1층 응급실로 급히 이동시켜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연기가 중앙계단 쪽으로 집중돼 나머지 환자와 의료진은 연기를 피해 비상구 등 다른 경로로 빠져나갔다. 초기에 빠져나가지 못한 일부 위층 환자들은 옥상으로 대피했고, 소방서 고가사다리차와 굴절사다리차를 타고 무사히 지상으로 내려왔다. 일부 환자는 소방관의 도움을 받아 깨진 병실 창문을 통해 대피하기도 했다.

 남해소방서와 남해병원이 연간 2∼3회씩 모의훈련을 해오고 남해군보건소가 신속대응반을 구축해 긴급 대응한 것도 인명피해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군보건소 직원들은 신속하게 입원환자들을 이송할 수 있는 인근 지역 병원을 수소문해 환자 이송작업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자율방재단, 주부민방위기동대, 의용소방대의 지원도 현장에서 힘이 됐다.

 이번 남해병원 화재는 소방당국의 신속 출동과 중환자부터 신속하게 대피시킨 의료진들의 침착한 대응, 행정 당국의 협조가 합쳐져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한 상황을 막을 수 있었다.

 남해소방서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45명의 인명피해를 낸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와 여러 가지로 비슷한 상황이었으나 시스템 차원은 물론 평소 화재에 대비한 준비를 해두었기 때문에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중이용시설 전기·소방시설 점검 필요
 남해병원 화재가 다행히 인명피해나 중상자 없이 마무리됐으나 이번 화재를 계기로 군내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전기 소방시설 점검과 강화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남해병원 화재가 발생한 곳은 지하 1층 비품창고였다. 합동조사단이 지난 2일부터 현재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어서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하나, 이번 화재를 계기로 군내 다중 이용시설의 전기와 소방시설에 대한 점검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또, 이번  화재의 경우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다면 화재 진화가 더 빨리 이뤄질 수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소방시설 강화도 요구되고 있다. 

 한편, 남해병원은 현재 병원 운영 정상화에 분주하다. 별다른 피해가 없는 인공신장실은 투석 환자의 시급성을 감안해 2일부터 응급센터는 3일부터 운영 중이며, 외래진료는 빠르면 5일부터 재개할 예정이다. 그러나 유리창 파손과 연기 피해를 입은 입원실 운영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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