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처럼 정치하고, 남해처럼 살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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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처럼 정치하고, 남해처럼 살아가야"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1.02.26 10:49
  • 호수 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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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시집 「바다의 노래」 낸 정현태 전 군수

난류·한류 만나는 남해바다에서
보수·진보 어우러지는 사회 꿈꿔

남해처럼

남해에선
갈치가 타고 온 난류와
명태가 타고 온 한류가
서로 얼싸안고 춤을 춘다

남해에선
섬진강 맑은 물과
남해의 푸른 물이
뒤섞여 황금어장이 된다

남해에선
찬란한 일출도
장엄한 일몰도
볼 수 있다

둘이 하나가 되면
더욱 커진다
서로 어우러지면
더욱 풍요로워진다

남해처럼
남해처럼


 삼산(三山) 정현태 전 군수의 첫 시집 「바다의 노래」(궁편책)가 지난달 30일 세상에 나왔다. 정 전 군수는 2019년 문학지 「시작」에 `니도 그래라이`와 `7월의 아침`을 발표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2008년 재보궐선거를 통해 42대 남해군수에 당선됐고 2010년 43대 남해군수로 재선에 성공해 6년간 군정을 이끌었다. 2014년 선거를 앞두고 주민자치 모임에 참석해 인사말로 했던 발언이 문제가 돼 선거법 위반 판결을 받았다. 이 시집은 남해에서 나고 자라 군수를 역임했으나 지금은 `공민권 박탈`로 고향이 유배지가 되어버린 정치인 정현태의 `시로 쓴 자서전`이다. 

 지난 8일 남해의 한 식당에서 만난 정 전 군수는 자신의 시와 삶과 정치에 관한 웅숭깊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어부였던 그의 아버지는 서른일곱 나이에 바다에서 생을 마감했다. 시집의 1부 `운명의 바다`에 실린 `서른일곱 푸른 나이에`는 절절한 사부곡(思父曲)이다. "시신조차 찾지 못해/목관에는 옷가지만 가득 넣고/놋쇠 밥그릇과 함께/묻었던 당신//지금도 춥고 배고파/떨고 있을 당신/꿈에도 찾아오지 않으시는 당신"이라며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시인은 바닷가 사람의 삶과 운명과 깨달음을 깊은 속울음으로 토해낸다. 

 "바다사람들에게 바다는 운명이다. 그 운명의 날카로운 발톱이 가슴을 찢고 지나갔는데 그래서 너무도 아프다. 그 운명이 지금은 내 삶의 동기가 되고 정치적 자산이 되고 시적인 수원지가 됐다"는 그의 말처럼 바다는 그의 시가 솟아나는 근원이다.

 정현태 전 군수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했으나 문단이나 교단에 서지 않고 정치에 입문했다. 하지만 문학에 대한 갈증은 그를 떠나지 않았다. 졸업 후 30여 년간 삶의 굽이마다 시대에 맞는 다른 이의 시를 품고 살았다는 그는 스승인 공산 김시한 선생의 죽비소리 같은 가르침으로 시 공부를 다시 했고, 등단 후 1년간 가슴으로 토해낸 시를 갈고 다듬어 첫 시집 룗바다의 노래룘를 발간했다.   

 이 시집은 편집자가 작품들을 읽고 "자연인 정현태의 진솔한 모습과 정치인 정현태의 철학과 가치를 드러냄으로써 문화적 정치인을 탄생시킨다"는 기획 의도를 세웠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얻게 되어 마음이 흡족하다고. 시집은 출간 열흘 만에 2쇄에 돌입했다. 

 이재무 시인은 그의 작풍을 대해 "직정적이고 우렁차다. 에둘러 말하지 않고 직방으로 핵심을 향해 질러버리며 바다사내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호연지기"가 있다며 "이육사, 유치환, 김수영 같이 산맥처럼 굵은 남성적 어조의 시 정신을 잇고 있다"고 평했다. 문학평론가 임헌영은 "바다, 하늘, 별, 자유를 사랑한 섬사람 카잔차키스를 떠올리게 한다"고 썼다.   

 문화적 정치인으로 다시 태어난 정현태는 이번 시집의 출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문화적 사면`이라며 문화적 방식으로 발언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남해가 마침 유배지이고 유배객들이 「구운몽」, 「사씨남정기」, 「화전별곡」을 썼다. 유배객의 정신이 이미 남해의 정신이 되었다. 정말 능절의 정신, 입으로만이 아니라 내 삶 속에서 절망을 딛고 일어서야겠구나, 그런 마음으로 인고의 세월을 견디면서 모래알처럼 가슴속에 한 알 한 알 모은 것이 시로 터져 나왔다." 그래서 그에게 「바다의 노래」는 "절망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한 사나이. 참으로 고독했는데 이제는 더 이상 고독하지 않은 한 사나이의 부활의 노래"다. 

 그렇다면 정치인 정현태는 요즘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궁금했다.

 "요즘 기후 리더십을 생각한다. 산업화 리더십과 민주화 리더십이 각각의 역할을 해왔다. 이제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선 기후 리더십이 필요하다. 한 지역이나 국가를 넘어서 지구를 구하는 큰 정치를 해야 한다." 

 그의 시 `남해처럼`은 좌와 우, 진보와 보수로 갈라진 우리 사회에 던지는 문화적 정치인 정현태의 메시지가 잘 표현된 작품이다. 정현태 시인이 인터뷰를 마무리할 때 남긴 말도 "남해처럼 정치를 해야 하고 남해처럼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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