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산 상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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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산 상고대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2.26 14:35
  • 호수 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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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삶 77
碧松 감충효 │ 시인ㆍ칼럼니스트
고대산 상고대
고대산 상고대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얼마 전 고향향우님들과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고대산을 올랐을 때의 산행은 겨울의 끝자락 적설기 산행이었는데 풍부한 상고대까지 선물 받은 뜻깊은 산행이었다. 상고대는 나뭇가지 옆이나 밑으로 일정한 각도를 이루어서 매달리게 때문에 그냥 펑펑 하염없이 쌓인 눈하고는 그 품격이 다르다. 미세한 수증기들이 겹겹이 달라붙으면서 바람이 불어가는 방향으로 서릿발 모양으로 그 길이가 커져 간다.

 예리한 상고대, 눈이 내려 가지에 흐드러지게 쌓인 설화(雪花)하고는 근본적으로 다른 상고대, 눈은 위로만 쌓여가지만 상고대는 그 뻗혀 있는 방향이 사뭇 여러 방향이다.

 바람의 방향 따라 뻗어 가는 모습이 변한다. 겨울엔 주로 북풍이 부니 그 뾰족한 끝은 남쪽으로 향해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산 속에서는 그 지형 따라 바람의 방향도 변화무쌍해서 상고대의 방향타도 이리저리 바뀔 때가 더러는 있다. 나뭇가지나 풀잎에 얼어붙으면서 뾰족뾰족 성깔 사나운 서릿발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맑은 수정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날선 비수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상고대는 한자어로 목가(木稼), 무송(霧淞), 수가(樹稼)라고도 하는데, 섬세함과 광택이 부풀어 있는 눈하고는 전혀 다르다. 솜과 수정에 비유하면 적절할지 모르겠다.

 미세한 공기 중의 수증기가 급격한 기온의 하강으로 서리가 되어 나뭇가지에 달라붙게 되는데 이 때 바람의 영향으로 일정한 각도로 경사지게 점점 그 덩어리를 키워가기 때문에 수많은 예리한 칼날 모양으로 층층이 뻗혀 있으며 특유한 반짝거림을 보인다. 만약 아침에 밝은 햇살이라도 비치면 그 영롱한 빛무리가 가히 환상적으로 되기도 한다.

 남해군향우산악회 산행지의 이날 고대산은 영하의 날씨에 안개가 자욱하게 바람에 밀려가면서 이미 형성된 상고대에 얼어붙어 점점 그 크기를 키워가고 있었기 때문에 그 모양과 크기가 대단하였다. 더러는 그 크기가 넘쳐나 땅바닥에 툭툭 몸을 풀고 있는 모습도 보였으며 얼굴에 날려 와 떨어지는 상고대 가루는 짜릿한 차가움을 선사해 주기도 했다.

 남녘에는 봄이 온다고 이미 그 소식들이 날려 와 상고대 이야기는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북쪽에 있는 높은 산이기에 이 계절에 상고대를 볼 수 있었음은 또 다른 행운이었다. 1월 18일 사전 답사 때에 점 찍어 둔 표범 빙폭과 설경이 2월 정기산행까지 버텨주어서 고마왔고 좀처럼 보기 드문 상고대까지 덤으로 받았으니 고대산 산신령님께 감사라도 드려야겠다. 이날 같이 고대산 등정을 하신 분들은 이날의 상고대 이야기를 오래오래 이어가실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향우님들과 함께 담아 온 상고대 풍경 사진을 올려 드리며 고대산 상고대 이야기를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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