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맡의 세 점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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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맡의 세 점 돌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3.04 11:08
  • 호수 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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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삶 78 │ 碧松 감충효(시인·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새벽에 기상하면 운동 나가기 전 머리맡에 앉혀 놓은 세 점의 돌 앞에서 조용히 팔단금(八段錦) 기공체조를 꾸준히 하는 편인데 약 10분 정도 걸린다. 돌이 기를 보태주는 것도 아니고 힘을 주는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의(意)와 념(念)을 극대화하면 결과는 달라진다. 

 김춘수 시인의 `꽃`을 연상해 보면서 필자는 생명이 없는 돌에게도 `기(氣)`와 `태극의 음양` `맥(脈)` `근골의 고향`까지 나름대로 아름을 부여하고 지금까지 거둬들이지 않았다. 

 두 개의 산수경석 중 하나는 망운산에서 발원하여 강진바다로 흐르는 고향마을 봉천에서 만났고 또 다른 하나는 역시 망운산에서 발원하여 서면 쪽으로 흐르는 연죽천에서 만난 돌로 고향에서 같이 살다가 서울 올라올 때 품고 온 돌이다. 둘 다 크기, 재질, 색상이 비슷하며 두드리면 쇳소리가 나는 강도가 아주 높은 돌이다.

 원추 모양의 문양석은 2011년도 여름에 재경남해군산악회 향우님들과 강원도 인제군 방태산 아침가리골(조경동) 트래킹 때 계곡의 험한 물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폭포를 만나 물과 함께 뛰어내려 소(沼)의 깊은 바닥에서 우연히 만난 돌이다. 50여 명의 향우님들 중 3명이 폭포에서 차례로 뛰어내렸다. 폭포의 높이가 5m를 넘었기에 체력과 담력이 감당하지 못할 때는 당연히 우회를 해야만 했다. 필자는 뛰어내린 쪽이었는데 물기둥과 함께 바닥에 가까워진 상황에서 뜻밖에도 까만 바탕에 새하얀 태극문양을 두른 데다 둥근 태양까지 박혀있는 돌을 발견하고 안아봤지만 사람 머리통 크기의 돌을 안고 물 위로 떠오르는 것은 불가능이었다. 밖으로 나와 다시 잠수를 시도해봤지만 솟아오르는 와류에 다시 밀려 나오고 말았다. 돌과 다시 만나기 위해서는 폭포의 물과 함께 떨어지는 중력이 있어야 했다. 로우프를 허리에 묶고 폭포 위에서 다시 뛰어내려 그 돌을 감아 끌어 올렸던 기억이 새롭다. 

 두 점의 산수경석 중 하나는 공제선이 부드럽고 물을 담을 수 있는 3단 산정호수를 지닌 육산의 형상이고 다른 또 하나는 산세가 험준하면서 준봉을 갖춘 데다 골격이 강하게 뻗어 남성다운 기백을 지닌 악산의 형상이다. 젊은 날 고향에서 자주 올랐던 두 산을 연상하기에 안성맞춤의 돌이다. 

 태극문양을 몸에 두른 방태산 아침가리골의 돌을 고향산 산수경석의 두 봉우리 사이에 우뚝 세우면 절묘하게도 태극을 따라 도는 태극권 어느 한 초식의 문양이 뻗혀 오른다. 오늘도 이 세 점의 돌 앞에서 야외수련장으로 나가기 전 팔단금 기공체조로 하루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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