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보다 젯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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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보다 젯밥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3.04 11:08
  • 호수 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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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시대가 바뀌어 제사나 차례상에 음식을 직접 조리하지 않고 돈을 주고 완제품을 사거나 인터넷으로 주문해 상을 차리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컴퓨터에 제사상 사진을 띄워놓고 제를 지내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종교로 인해 제사 문화가 바뀐 가정도 많이 늘었지만, 추석이나 설이 찾아오면 휴식의 시간으로 받아들여 차례를 생략하고 여행과 문화를 즐기는 이들의 수도 빠르게 늘어가고 있다. 

 어린 시절 명절이면 온 가족이 모여 며칠에 걸쳐 음식을 하였고 큰집과 작은집을 오가며 오전 내 차례를 지내며 인사를 나눈 기억이 있다. 대부분 가정마다 차례를 지낼 때면 제사상 음식의 위치를 지적하고 차례 의식을 일일이 챙기며 지적하는 어른이 문중마다 꼭 한 분은 계셨는데 그때마다 소소한 분쟁이 생겨 얼굴을 붉히기도 하였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그 시절 명절이 되면 기름진 음식을 먹고 배탈이 나기도 했고 반가운 친지를 만난다는 기대와 며칠간 넉넉한 먹거리 때문인지 항상 손꼽아 기다렸지만, 조상에게 인사드리는 일은 뒷전이었다. 

 궁핍한 생활이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던 그 시절 민주화를 열망하는 많은 이들은 권력을 가지기 위해 투쟁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순수한 갈증으로 민주화 운동을 하던 이들 중 몇몇은 어느 정도 민주화가 발전하자 운동가에서 정치인으로 진로를 수정했고 당선되거나 임명만 받고 나면 약속이나 한 듯 젯밥에만 관심을 가지는 모양새를 보인다. 

 어린 아들이 제사 전후로 음식에 손대는 것이야 별일 아닐지라도 제주만큼은 조상을 모시는 일이 우선돼야 하듯 꼭 정치인뿐 아니라 공무를 처리하는 모든 이들과 언론, 교육만큼은 돈과 권력보다 명예를 우선시할 때 조금 더 나은 사회가 만들어지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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