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영 씨는 진솔·민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집고양이 봄이와 길고양이 3마리를 돌봐주는 상주마을 `캣맘`이다. 조 영 씨처럼 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거나 돌봐주는 캣맘·캣대디·캣보이 들은 어느 마을에나 있다. 하지만 조 영 씨는 지난겨울 상주마을의 길고양이들을 위해 아이들, 어른들과 함께 일을 꾸몄다. 이름하여 `상주마을 길고양이 살리기 프로젝트`(이하 길냥이 프로젝트)다.
길냥이 프로젝트의 시작
상주마을에 트럭을 몰고 과일을 팔러 오는 읍 `욱이네과일` 박영욱 사장님, 일명 `방울이 아저씨`가 어느 날 조 영 씨를 찾아왔다. 그동안 줄곧 과일트럭을 타고 돌며 길고양이를 돌봐오다가 코로나 여파 탓에 힘이 부쳤는지 자신이 돌보던 마을 길고양이들을 좀 더 세심히 보살펴 달라는 부탁과 함께였다. 조 영 씨는 궁리 끝에 지난 1월 28일 마을 아이들과 만나 회의를 했다. 동고동락협동조합의 상상놀이터를 운영하면서 아이들이 길고양이에게 관심이 있는 걸 알고 있어 가능했다. 마침 남아있던 상상놀이터 프로그램비가 종자돈이 됐다. 이렇게 해서 `길냥이 프로젝트`는 시작됐다. 마을 아이들인 성빈(상주초 6), 하랑·민솔(상주초 5), 선윤이(상주초 4)가 먼저 나섰다.
상주 아이들과 주민들이 길고양이에게 특별히 관심을 갖게 된 건 지난해 길고양이 `미아`가 새끼를 빈 촌집에 낳아 기르는 걸 아이들이 발견하면서부터다. 제대로 먹지 못해 거의 죽어가던 어미와 새끼 고양이들을 살리려고 세 집에서 한 마리씩 데려다 키우고 길고양이에 대한 공부도 하고 사료값과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마을 벼룩시장도 열었다. 이후 상원(상주초 6), 성빈, 민솔, 하랑, 선윤이 등 지속적으로 고양이에게 관심을 갖는 아이들이 밴드를 만들어 고양이 사진과 이야기를 올리고 서로 소통하며 지냈다. 점차 회원이 늘고 관심사가 개에게까지 확대돼 이 밴드는 `양멍카페`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이며 회원 수는 18명이다. 회원은 대부분 아이들이고 조 영 씨를 비롯한 3명만 어른이다.
조 영 씨와 아이들은 길냥이 보호를 위해 함께 모여 관련 책을 읽고, 취지에 공감한 엄마들(제영자, 이향숙, 고영신)과 학교 선생님(신수경 교사)의 도움으로 친환경 소창수건을 120장 정도 만들었다. 소창수건은 길냥이 사료비용 후원자들에게 줄 답례품이었다.
준비를 마치고 2월 3일 대망의 프로젝트 실행일이 다가왔다. 조 영 씨와 아이들은 고양이와 교감하고 고양이 입장에서 생각하는 그림책을 읽고 소감을 나눴다. 자신이 직접 찍은 길고양이 사진을 프린트했다. 그 사진을 이용해 포장 띠지도 만들고 홍보용 포스터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