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풀 노원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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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풀 노원 들녘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3.11 11:25
  • 호수 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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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삶 79
碧松 감충효 │ 시인ㆍ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마른 억새 설한풍에 서걱이는 노원 들녘
검 날에 스치우는 바람소리 더욱 차니
올밤도 수변에 깃든 청둥오리 울겄다.
 
두 발로 퍼 올리는 지기는 아직 차니
쉽사리 손끝으로 몰려가지 못하고
중간녘 허리춤에서 빙빙 돌고 있구나.

태극선 펼쳐들고 막판 기를 뿌려보니
방황하던 기운이 순간 뻗쳐 나아간다
촤르륵 펼치는 소리 그도 맑아 좋구나.
 
 요즘에도 가끔씩 노원역에서 멀지않은 동부간선도로 옆 수변공원에 나간다.

 앞에는 중랑천이 흐르고 뒤쪽은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가 나란히 달린다. 또 중랑천과 도로 사이에 억새풀 군락이 잘 조성되어 있어 그 안으로 들어서면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 아늑한 공간이 있다. 사람 눈치 볼 필요 없이 검과 권과 선을 복습 또는 예습한다.

 태극권에 필요한 부채는 주머니에 넣어가지만 태극검 수련에 필요한 진검은 시합장이나 도장 외에서는 쓰기가 곤란하므로 오래전에 마련한 단단하고 신축성이 강해 부딪쳐도 잘 부러지지 않는 노간주나무 지팡이로 대체한다. 오래전부터 정화된 중랑천은 학과 청둥오리가 노닐고 잉어 떼와 피라미 떼와 물메기가 유영하는 도시 속의 친환경 공간이기도 하다. 물이 깨끗하니 수초 또한 무성하게 자라났다.

 바닥이 고르지 않은 산천에서의 실전과 진정한 기와 맥의 순환을 위해서는 도장이 아닌 실외에서 적응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노원 지역에서 자영업을 하던 친구는 날마다 자전거로 이 수변도로를 오고 가며 운동을 했고 필자는 마라톤 연습을 했다. 그러다가 어떤 때는 자전거도 마라톤도 내려놓고 천천히 걸으면서 세상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군데군데 마련된 벤치에 앉아 준비해간 간식이나 커피를 마시기도 했지만 어떤 때는 근처의 도봉산을 자주 오르곤 했다. 그러다가 친구는 아들에게 자영업을 물려주고 시골로 떠났다. 작년 봄에 몇 번 친구의 농장에 내려가 묵은 땅에 삽질도 같이 하면서 며칠을 지냈는데 친구는 필자가 쉬지 않고 장시간 삽질을 하는 것을 유심히 보더니 하는 말이 "친구야, 나도 꽤 삽질을 잘 하는 편인데 허리가 아파 몇 번을 쉬었는데도 자네는 잠시도 쉬지 않으니 웬 일인가?" 이 물음에 그냥 고개만 끄덕이고 넘어갔는데 지금 생각하니 태극권 운동의 도움이 컸음을 은연중 느낀다. 발바닥에서부터 끌어 올린 기와 혈이 나선형으로 퍼져가면서 과(袴 : 허벅지에서 골반 허리 케어 부분)를 다시 크게 돌리면서 생성된 기혈은 온 몸에 전파되어 손끝, 머리끝까지 나아간다. 근육만 쓰지 않고 나선형으로 나아가는 기와 혈을 보강해 주는 원리를 일상생활에 적용하면 근육이 뭉친다거나 관절이 아프다거나 그런 것을 많이 완화해 주는 것은 틀림이 없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를 감지하기까지는 의(意)와 념(念)을 통한 상당한 수련이 된 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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