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섬의 도약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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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섬의 도약을 꿈꾸며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3.18 10:45
  • 호수 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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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이현숙 본지 칼럼니스트
이 현 숙 본지 칼럼니스트
이 현 숙
본지 칼럼니스트

남해안 벨트의 중요성
 부산·경남·전남의 해안을 아우르는 남해안 벨트가 레저·관광시대를 맞아 국내 관광의 새로운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그중 거제·통영·사천·하동·남해·여수에 특정된 한려해상국립공원 바닷길을 단 한 번이라도 경험한다면 굽이굽이 이어진 수려한 풍광들이 꿈속에서도 아른거릴 것이다. 차제에 천혜의 자연 환경과 각각의 섬이 지닌 문화·역사·자연 생태 등을 접목시켜 레저·관광자원으로서의 효용 가치를 키워 나감이 바람직하다. 이후에는 국내를 비롯해 세계 유수의 관광지들과 겨루어도 손색이 없을 거라 기대한다.

 그동안 섬은 지형 특성상 육지와의 교류나 이동 제한으로 인해 고립되고 낙후된 측면이 있다. 게다가 수도권 중심의 정책에 밀려 수도권 밖의 섬과 주민들은 교통·의료·복지·교육·문화·경제 등 전반에 걸쳐 대체로 소외되어 왔다. 하지만 섬의 정체성이 매몰되는 것만은 결코 용납하기 어렵다. 영토 방어에 있어 수문장 역할을 담당했던 역사적 사실만 놓고 보더라도 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또한 섬은 생태계의 보물 창고임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레저·관광산업에 특화된 천연의 생태 환경과 더불어 각종 어류·패류·해조류 등 풍부한 수산물은 식도락 기행을 즐기는 도시인들에게 낭만과 맛을 제공한다. 섬 자원을 활용한 소득 사업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주택 개량 등 생활환경을 개선한다면, 인구 유출은 막고 인구 유입은 촉진시켜 적정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리라 본다. 그리고 이는 국토 균형 발전의 초석이 될 것이다. 아울러 바닷길을 통해 세계로 뻗어 나갈 원대한 꿈의 전초 기지가 되어야 한다. 남해안을 근거지로 해상 교역이 활발히 전개되었던 역사를 조명해 보면 불가능한 꿈만은 아니다.
 

무진장한 섬의 가치 
 섬 주민들에게 있어 섬은, 살고 싶어 사는 섬이 아니라 살기 위해 사는 섬이었다. 즉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였다. 섬 여행과 달리 섬살이는 불편한 점이 많다. 그러나 불편이 반드시 괴로운 것만은 아니기에 기꺼이 섬 자락에 기대어 살아간다. 섬 지역은 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연중 온화한 기온 분포를 보인다. 주민들의 성정은 겉으로는 투박하고 무뚝뚝해도 속정이 깊고, 성실하고 근면하기 이를 데 없다.

 삶의 고단함을 잠시 잊은 채 숨을 한 번 크게 고르고 삶의 자리를 찬찬히 둘러보면 섬의 존재가 그렇게 미쁠 수가 없다. 논·밭작물을 어루만지는 바닷바람과 무진장의 먹을거리를 내어주는 바다의 품이 눈물 나게 고맙다. 해무가 깔리고 섬의 자태가 바닷물에 어른어른 얼비치기까지 하면 그야말로 선경(仙境)을 방불케 한다. 아침 햇살이 은비늘처럼 내려앉은 수면 위를 고기잡이 배 한 척이 미끄러지듯 스쳐 지나는 풍경 속에는 왠지 모를 뭉클한 감동이 있다. 벽색(碧色) 바다에 점점이 흑요석을 떨어뜨려 놓은 듯 비현실적인 섬 풍경에 외지 관광객의 입이 떡 벌어진다. 그러나 섬에 살면 이 모든 풍경이 일상이다.

 온갖 날것들의 강렬한 생명이 꿈틀대는 섬은 인간으로 하여금 자연으로의 회귀 본능을 일깨워 준다. 덤으로, 흩어진 옛사랑에 대한 아련하고도 애잔한 그리움 같은 매력을 선물한다. 그래서 도시인들에게는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다. 섬과 한몸을 이루어 살아가는 섬 주민들에게는 곁에 두고 사모하는 임과 같다. 소동파는 `하루살이 삶을 천지에 부치면 아득한 바다의 한 알갱이 좁쌀알`이라 노래했다. 다른 의미에서 바다의 좁쌀알은 바로 섬이다. 
 
남해군이 적격한 근거
 1986년 `도서개발촉진법`이 제정된 이후 섬의 가치와 위상에 대한 인식이 차차 개선되고 있다. 최근에는 행정안전부가 `한국 섬 진흥원` 설립을 추진하고 나섰다. 이에 진흥원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들이 저마다 지역 특색을 부각시키며 수월성을 입증하느라 분주하다. 경쟁 관계를 떠나 섬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지자체의 구성원으로서 흐뭇한 일이다. 유인도 466개를 포함한 전국 3300여 개의 섬, 이중에 단 하나라도 소중하지 않은 섬이 있을까. 다만 기관의 설치 문제는 효율성이나 적합도 등 종합적으로 고려할 사항이 많다. 

 한반도를 한 송이 꽃이라 가정하면, 꽃(한반도)이 꽃받침(남해안)에 감싸여 있고, 꽃과 꽃받침을 꽃꼭지(남해군)가 떠받치고 있는 형상이다. 성웅 이순신 장군이 구사한 학익진 전술에 빗대어 봐도 흥미롭다. 학익진은 대형을 횡렬로 형성하는 일자진을 말하는데, 남해안 벨트를 보면 마치 한 마리의 학이 좌우 날개를 활짝 펼친 듯하다. 남해군을 중심으로 오른편의 경남과 왼편의 전남이 등거리를 이루기에 가능한 형상이다.

 그러나 본 남해군은 단순히 지리적·지질적·지정학적 특질을 앞세워 진흥원 유치를 목표하지 않는다. 학술적 가치가 높은 체계적이고도 심도 있는 연구에 바탕하여 궁극적으로 우리의 해양 생태계가 대대손손 오롯이 보존되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자 한다. 진흥원 설립을 지지하고 희망하는 이유도 그런 맥락에서다.

 현실적인 입장을 이야기하자면 남해군은 쇠락하고 있다. 1964년 인구수 13만7914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1년 현재 4만3000명을 밑돈다. 진흥원 설립을 계기로 군 발전의 전기를 만들고자 하는 온 군민의 열망이 받아들여지기를 고대한다. 우리가 섬에 살면서도 미처 알지 못했던 섬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싶고,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섬의 가치를 섬에 관심을 가진 모든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 

 각설하고, 본 남해군은 `한국 섬 진흥원`을 맞이할 채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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