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바다와 자연을 연결한 환경수업이 보물섬고의 특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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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바다와 자연을 연결한 환경수업이 보물섬고의 특색입니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1.03.25 10:59
  • 호수 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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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백 명 기 남해보물섬고등학교 초대교장
교장공모제로 선출된 평교사 출신의 백명기 보물섬고 초대교장.
교장공모제로 선출된 평교사 출신의 백명기 보물섬고 초대교장.

창선면 율도리에 소재한 남해보물섬고등학교(이하 보물섬고)가 오랜 준비 끝에 드디어 지난 8일 첫 신입생 15명의 입학식을 갖고 대안교육의 첫발을 내딛었다. 교육부가 미국 차터스쿨 개념을 도입해 설립한 민간위탁형 공립대안학교인 보물섬고는 학교법인 상주학원(이사장 강창수)이 경남도교육청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운영한다. 상주학원은 상주면에 소재한 경남최초 대안특성화중학교인 상주중학교(교장 여태전)를 운영하는 재단이다. 교장공모제를 통해 선출된 백명기(51) 초대교장이 보물섬고의 방향키를 잡았다. 지난 18일 만난 백명기 교장으로부터 보물섬고의 설립 과정, 교육철학과 방향, 특색 교육과정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개교 후 학생들과 교사들이 모여 함께 정한 존중의 약속.
개교 후 학생들과 교사들이 모여 함께 정한 존중의 약속.

개교를 축하드린다. 그간의 학교 설립 과정을 설명해달라 = 2016년 교육부가 5개 권역에서 5개의 민간위탁형 공립대안학교 설립을 추진했고 올해 마지막으로 전남 담양 송담고와 함께 보물섬고가 문을 열었다. 그동안 학교부지 선정, 설계변경, 주민 설득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고 그만큼 개교 일정도 늦어졌다. 지난해 여태전 상주중 교장을 중심으로 교육청 관계자, 대안학교 경험이 있는 교사들이 TF팀을 꾸려 설계, 교육과정, 신입생, 교사 모집에 관한 논의를 하고 개교 준비를 했다. 행정실이 1월, 교장과 교사들이 2월초에 발령을 받았으니 아직 준비가 덜 된 부분도 많다. 차차 해나갈 것이다.   
 
평교사 출신으로 교장공모제를 통해 초대교장이 됐다. 보물섬고에 오게 된 계기는 = 대학 다닐 때 간디학교 등 대안학교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당시 참교육 운동이 한창이었고 대안학교는 참교육을 실현하는 학교라고 생각했다. 그런 곳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생각을 대학 때부터 했다. 물론 교사가 되어보니 일반학교 아이들과 그곳에서의 경험도 의미가 있었다. 일반 인문계고등학교에서 근무하다가 공립대안학교인 태봉고 개교 때 합류해 그곳에서 8년을 근무했다. 이후 다른 학교에 근무하면서 보물섬고 TF팀에 합류했고 교장공모에 응했다.

보물섬고의 교육철학과 방향이라면 ^ 삶과 배움을 중요하게 여기고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 행복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경쟁하지 않고도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려 한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서로 협력하고 나누고 소통하고 서로의 기분을 배려해주고 함께 가는 문화를 만들 것이다. 그러면 자존감이 생기고 자아가 강해진다고 본다. 학생들이 각자 자기가 잘하는 걸 계속 발전시켜나가고 그걸 바탕으로 공부해 나간다. 예전처럼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삶의 이유와 진리를 찾기 위해 공부한다. 

 교과과정도 그런 쪽으로 구성하고 수업도 가급적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실천하고 평가할 수 있는 프로젝트 형태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수업이나 교육활동에서 목표나 성과를 내세우지 않고 학생들이 그 과정에서 어떻게 성찰했느냐를 보는 거다. 성과보다 성찰에 주목하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에 따른 교육과정을 소개해 달라 = 일반교과(국·영·수·사·과)는 40% 정도를 차지하며 나머지 60%는 대안교과다. 대안교과 안에 농사, 춤, 사진과 영상, 미술, 음악, 목공, 연극 등 체험활동이 있어 학생들이 교과를 선택한다. 

 교장이 직접 학생들과 만나 생각을 나누는 삶과 철학 시간, 교사와 학생이 다 모여 학교 현안을 논의하는 공동체 회의, 월요일마다 돌아가며 자기 관심사를 이야기하고 들어주는 한주 열기는 함께 나눔 교과다.

 LTI(Learning Through Internship or Interesting)는 개인 프로젝트 수업이다. 진로 현장에서 학생이 직접 탐색하고 진행하고 평가도 한다. 교사는 옆에서 지원만 한다.  

 집단 프로젝트는 이동학습이다. 1학년은 국내, 2학년은 해외 이동학습을 한다. 이동학습 역시 아이들이 기획하고 진행한다. 

 환경수업은 보물섬고의 특색사업이다. 남해의 바다와 환경을 연결해서 교육활동으로 만들어가고 생태환경에 대한 관점을 전 교과에 녹여내려고 한다. 이동학습도 환경 교사가 담당한다. 
 
교사문화는 어떻게 만들어가고 있는가 = 교사문화에서 중요한 것은 평등한 관계와 민주적 소통이다. 모든 문제를 교사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교사들이 주체가 되어 결정한다. 나는 지원자, 연결자로서 역할만 할 것이다. 교사들이 신이 나서 활동할 수 있으면 학교는 무조건 살아난다. 교사들이 가장 중요하다. 교사들이 아이들을 세심하게 챙기면 아이들이 안정감을 느낄 것이다. 소통 방법의 하나로 회복적 생활교육을 선택했다. 서로 마음을 나누는 문화이다. 작은 학교라서 가능한 것 같다.
 
학교 설립 과정에서 진통이 많았다. 어떻게 극복해왔나 = 처음에 대안학교에 대한 오해와 편견으로 주민 반대가 심했다. 공사현장에서도 계속 민원이 들어왔다. TF위원 때부터 가까이 사는 주민들부터 만나기 시작했다. 학교가 마을 한가운데 들어오다 보니 소음, 분진 등 불편사항이 많았고 주민들의 입장이 이해되기도 했다. 대안학교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대해서는 주민들을 만날 때마다 설명했다. 학교 설립이 되면서 이제는 주민들도 이해하고 기대와 격려 어린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마을이 받아들인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제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개학 후 첫 학생 서클에서 존중의 약속을 정했다. 서로 존중하기 위한 학생들간의 약속, 학생과 교사간의 약속, 마을 어른들과의 약속을 같이 모여서 정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교사들과 함께 주민들에게 편지를 쓰고 떡을 돌렸다. 손자손녀처럼 봐주세요, 농사 좋아해요, 인사 잘할게요 등 아이들의 편지글을 보니 흐뭇했다. 앞으로 마을생태지도 만들기, 마을역사 기록하기, 주민 사진 찍어드리기 등도 진행하고 학교를 개방해 마을의 문화센터 역할도 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한말씀 = 보물섬고 설립도 대안교육 역사의 연장이다. 인간존중, 공동체 문화, 본질을 찾고 내면을 찾아가는 과정 등은 대안학교들이 추구해온 가치다. 기존 학교들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런 학교들이 생겼고 기존학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물섬고 역시 기존 학교와 지역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으면 좋겠다.

 대안학교들이 계속 생겨나고 일반학교들이 대안학교를 닮아가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보물섬고가 규모는 작지만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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